니디 아그라왈(왼쪽)과 타일러 라쉬
방송인 니디 아그라왈·타일러 라쉬
“한글을 과자로 만드니 누구나 놀고 웃으며 배워”
“밖에서 본 한국의 매력을 다시 안으로 전하고 싶어요”
“한글을 과자로 만들면, 누구나 놀고 웃고 배우더라고요.”
최근 연합뉴스와 만난 한글과자 공동창업자 니디 아그라왈(인도 출신)과 타일러 라쉬(미국 출신)는 “한글 모양 비스킷을 손에 쥐는 순간, 아이도 어른도 제일 먼저 자신의 ‘이름’부터 만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한국 거주 10년이 넘은 영주권자로, 한글을 ‘맛있는 도구’로 바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한글과자는 해외의 알파벳 모양 과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왜 한글 모양 과자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한국엔 튀김류, 칩, 젤리, 쿠키는 많은데 바삭한 비스킷류는 드물다. 비스킷은 눅눅해지기 쉽고 모양을 내기 어려워 공장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공장 위탁생산(OEM)을 위해 50~60곳을 찾았지만, ‘장기 계약이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대부분 거절당했다.
결국 레시피부터 직접 만들었다. 비건 비스킷을 목표로 삼았지만, 한국에서 비건 레시피 전문가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니디는 “맛 테스트를 하며 정말 많이 고쳤다. 친구와 지인들에게 계속 피드백을 부탁했고, 50~60명에게 시식 설문을 돌렸다”고 말했다. 레시피 개발 막바지에는 “일주일 동안 매일 오전·저녁으로 만들고, 또 만들고, 또 테스트했다”는 게 두 사람의 기억이다.
한글과자의 특징은 ‘먹는 것’과 ‘노는 것’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타일러는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조립되는 모듈러 문자다. 조합 자체가 게임이 된다”며 “한글과자는 초성 게임, 카테고리 게임처럼 놀이 도구로도 쓰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매자들은 봉지를 열자마자 “사랑해”, “좋아해” 같은 말을 만들며 사진을 찍는다. 두 창업자는 “운이 따라야 해서 보통 한 봉지 정도는 필요하다”며 “시옷이 부족하면 기역과 수로 대체하는 식으로 각자 해법을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이마트 전국 입점을 기념해 진행된 시식행사에서 현장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두 사람이 준비한 종이컵 200~250개가 저녁 무렵에는 거의 동이 났다.
시식대 앞에선 ‘한국어 교육’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쏟아졌다.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소비자도 있었고, 행사장을 찾은 한국어 콘텐츠 종사자와 강사들이 “한글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겠느냐”는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9일 제579돌 한글날을 맞아 외국인 최초로 ‘한글문화 확산 유공자 상’을 수상한 타일러는 “한글과자로 놀고 공부하는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 그걸 제대로 보여주려면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글과자는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 타일러는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한 건 환경을 생각한 선택”이라며 “패키징도 종이 소재로 하고,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 종이를 쓴다. 과자 업계에서 종이 출처를 인증으로 알리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FSC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재활용 소재로 굿즈를 만드는 등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브랜드’ 이미지를 쌓고 있다.
인기는 체감으로 확인됐다. 길거리에서 “한글과자 맞죠?”라며 먼저 말을 건네는 사람도 생겼다. 니디는 ‘처음부터 팔로우해 온 분들이 시식행사에 맞춰 찾아와 바로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발로 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일러는 “스타트업은 결국 대표가 현장에 서야 한다. 고객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초창기일수록 한글과자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해야 해서 더 신경 쓴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 창업자’라는 점을 강점으로 삼는다. 타일러는 “우리는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한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며 “밖에서 본 한국의 매력을 안으로 다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니디 역시 “다문화인으로서 한국 사회 안에서 역할이 있다고 느낀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두 사람의 목표는 과자 판매를 넘어선다. 타일러는 “한글과자는 ‘맛있는 도구’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을 표현하게 한다”며 “한국식 사고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글을 즐기는 방식은 훨씬 넓어진다”고 말했다.
니디도 “한글이 가진 재미와 장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과의 깊은 인연도 눈길을 끌었다. 타일러는 6.25 전쟁 당시 참전한 의무관이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이 3대째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니디는 다문화 배경의 예비 창업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처음엔 누구나 불안해요. 제도도, 시선도 쉽지 않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생긴다고 봐요.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일상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