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드 러셀의 글 ‘지적 쓰레기의 개요’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는 1820년 무렵에 뉴욕주 북부에 있는 한호숫가에 살았던 어느 여성 예언가를 높이 평가한다. 그녀는 무수한 추종자들에게 자신에게는 물 위를 걷는 능력이 있다고 천명하고 어느 날 오전 11시에 그 능력을 실제로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정한 시각이 오자 신심 깊은 지지자 수천명이 호숫가에 운집했다. 그녀가 그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물 위를 걸을 수 있으리라고 여러분 모두 굳게 믿습니까?”
그들은 한목소리로 응답했다. “믿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선언했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물 위를 걸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들 모두 더욱 믿음이 깊어져서 집으로 돌아갔다.』
레온 페스팅거라는 심리학자도 이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나는 참으로도 이상한 신문 기사를 봤다. 1950년대 미국의어느 마을에서 한 사이비 종교 교주가 주장하기를, 자신이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는데 조만간 큰 홍수가 닥칠 것이며오로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만 비행접시로 구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믿은 사람들은 전 재산을 이 교주에게맡기고 기도에 들어갔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친지, 친구 등 연락이 닿는 사람들에게 모두 자신들과 동참할 것을 설득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교주의 주변에 모여 운명의 날을 기다렸는데, 웬걸 교주가 약속했던 운명의 날은 온종일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로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 교주는 그동안 신도들에게 받은 돈을 챙겨줄행랑을 쳤다고 짐작했겠지만, 사건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교주는 신도들을 다시 모이게 한 후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의 믿음에 힘입어 세계는 멸망의 문턱에서 구원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 말을 들은 신도들은 기뻐하며 축제를벌였고, 이후로도 교주를 더욱 신실하게 믿었다.』
이런 걸 능력이라고 해야 할지 사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위에 소개한 두 이야기는 인간이 불안한 존재라는 점을또 인간 집단이 얼마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비이성적인 감정이 충만할 때 인간은 비판능력이 느슨해지거나 능력을 상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빤한 거짓말이 들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기 합리화를하는 경우가 너무나 흔합니다. 하늘에 빛이 있다면 땅에는 어둠이 있다고 할까요?
요즘 넷플릭스에 <나는 신이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이단/사교(邪敎) 집단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되고있습니다.
멀쩡한 사람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조차 속수무책으로 이들 집단에 넘어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고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종교인들, 정치인들 가운데 이렇게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신 차리고 깨어있지 않으면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하고 맙니다. 이 혼란한 시대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가짜뉴스와 거짓 가르침에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