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연구팀 “0~78세 뇌 해마 분석…다양한 발달 단계 신경세포 확인”
성인이 된 후에는 뇌에서 신경세포(neuron)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기존 이론과 달리 성인 후반기까지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에서 신경세포가 계속 생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요나스 프리센 교수팀은 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국제 바이오뱅크에서 확보한 0~78세 사람들의 뇌 조직을 분석, 해마에서 줄기세포부터 미성숙 뉴런에 이르는 다양한 발달 단계의 신경세포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인간 뇌의 적응 능력에 관한 근본적이고 오랜 논쟁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것으로, 신경 발생을 자극해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재생 치료법 개발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인 뇌 영역이다. 뇌과학에서는 오랫동안 뇌 신경세포는 성인이 되면 더는 생성되지 않는다는 이론이 정설로 여겨져 왔으며, 이는 뇌 손상이나 퇴행성 신경질환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해마에서 성인이 된 후에도 신경세포가 생성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왔다. 프리센 교수팀도 2013년 뇌 조직의 DNA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14를 측정해 세포 형성 시기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성인의 해마에서 새 뉴런이 형성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연구팀은 신경발생(neurogenesis), 즉 새로운 뉴런이 얼마나 형성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신경세포 형성의 명확한 증거인 신경 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s)가 성인에게도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분열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국제 바이오뱅크로부터 0~78세 사람들의 뇌 조직을 확보, 단일 핵 RNA 시퀀싱(single-nucleus RNA sequencing) 기법으로 각 세포핵 안의 유전자 활성을 분석하고 유세포 분석법 (flow cytometry)으로 세포 특성을 조사했다.
이어 이 데이터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성인의 뇌에서 줄기세포에서 미성숙 뉴런에 이르는 다양한 발달 단계의 신경세포들이 확인됐으며 이들 세포 중 다수는 분열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직에서 다양한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위치를 보여주는 기술을 이용해 새로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위치를 조사한 결과 해마에서 기억 형성, 학습·인지적 유연성에 중요한 영역인 ‘치아이랑(dentate gyrus)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센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성인의 뇌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계속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신경 전구세포 같은 뉴런의 전 단계 세포들을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평생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퍼즐 조각을 제공한다”며 또한 이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재생치료법 개발에 대해서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ce, Jonas Frisén et al., ‘Identification of proliferating neural progenitors in the adult human hippocampus’,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u9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