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때 보수 성향 3명 연속 임명해 6대3의 보수 우위 구도
트럼프 2기 출범 전후로 잇따라 親트럼프 판결했으나 핵심정책에 ‘일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에 유리한 판결을 이어온 미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픈’ 타격을 줬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은 20일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977년 제정)에 입각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6대3으로 판단했다.
6명의 보수성향 대법관 중 새뮤얼 얼리토, 클라렌스 토마스, 브랫 캐버노 등 3명이 상호관세가 위법하지 않다는 소수 의견을 냈고, 존 로버츠(대법원장),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등 나머지 보수 성향 대법관 3명과,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위법 판단을 했다.
이번 판결은 결국 대법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인 관세 정책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상호관세, 즉 미국의 무역 상대국 거의 전체를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차등 세율로 부과한 관세의 법적 근거를 무너뜨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는 이번 대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부과 발표 당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칭하며 정치적으로 큰 무게를 뒀던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이 붕괴한 것은 의회 권력을 재편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2021년) 때 고서치, 캐버노, 배럿 등 3명의 강경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잇달아 지명하며 6대3의 보수 확고 우위의 대법원을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하며 연임에 실패한 뒤에도 트럼프 어젠다에 힘을 실었다.
대표적 사례가 낙태권을 연방 차원에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다.
1973년에 나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인정하는 것이 골자였는데, 트럼프 재임 중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 대법원은 2022년 이를 폐기하며 낙태권 존폐에 관한 결정 권한을 주(州)로 넘겼다.
물론 이 판결은 민주당 반(反)트럼프 공세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공화당원들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으로 평가됐고, 그가 2024년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데 힘을 실었다.
또한 대법원은 2024년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해 심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법 리스크를 우회할 시간적 여유를 줬다.
그에 이어 2024년 7월,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official)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고,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 관련 형사 재판 절차를 사실상 중단시킴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제거했다.
당시 소수 의견을 낸 3명 중 한 명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전직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면책하는 것은 대통령직이라는 제도를 개조하는 일”이라며 “정적을 죽이라고 ‘네이비 실(Navy Seal·미 해군 특수부대) 팀6’에 명령하는 것도 면책,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조직하는 것도 면책, 사면 대가로 돈을 받아도 면책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상당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에도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에 힘을 실었다.
대법원은 작년 7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교육부 직원 약 1천400명에 대한 해고를 강행하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의 한국계 판사인 명 전 판사가 내린 명령을 뒤집은 결정이었다.
작년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속지주의에 입각한 미국 국적 부여) 금지 정책과 관련한 사건에서 개별 연방 판사가 연방 정부 정책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효력 중단 가처분 결정은 소송을 제기한 개인이나 조직, 주(州) 등 원고에만 해당하며,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미국 각지의 연방 법원 중 한 곳에서 연방 정부 정책에 대해 가처분 결정을 하면 그 즉시 해당 정책에 전국적으로 제동이 걸렸는데, 대법원 결정에 따라 그 시점 이후로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에 대해서만 해당 정책의 효력이 중단되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논쟁적 정책에 진보 진영에서 맞설 수 있는 무기로 거론되어온 가처분 결정의 힘을 크게 뺀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호관세 사건에서 세금의 일종인 관세 부과가 위임이 없는 한 의회 권한임을 분명히 하면서, ‘상호관세 부과에 법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에 ‘외부 발 브레이크’를 걸었다.
특히 트럼프 어젠다에 철저히 충실했던 여당 우위의 의회 지형 속에 작년 트럼프 취임 이후 삼권분립의 미국 정치 전통을 흔들어온 ‘행정권 강화’의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판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