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겪은 구호 전문가들, 가자지구 같은 참상 본적 없다고 전해”
“‘2국가 해법’ 거부 이스라엘에 실망…국제안보에 심각한 위협 초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구호 지원을 막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휴전 및 가자지구 내에서의 상업활동 허용을 촉구했다.
또 그는 항구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를 이루는 ‘2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스라엘에 강도 높은 유감을 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주 동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강도 높은 포격과 지상 작전으로 2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라며 “또한 가자 인구의 85%인 190만명이 집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UNICEF) 보고를 인용해 가자 인구의 4분의 1인 50만명 이상이 재난 수준의 기아에 직면하고 있으며, 가자 남부로 피란한 어린이 중 10%만이 필요한 물을 얻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전 세계 전쟁 지역과 재난지역에서 활동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도주의 구호 전문가들조차 오늘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본 적이 없다고 내게 말한다”라고 가자지구의 참상이 유례없음을 역설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구호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안보와 구호직원들의 안전, 운송능력, 상업활동 재개 등이 필요한 데 가자지구에선 이들 4개 요소 모두 보장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잇는) 케렘 샬롬 통로를 통한 구호품 반입을 이스라엘이 허가하기까지 71일을 기다렸는데, 구호품 트럭이 머무는 동안 해당 지역이 폭격받았다”라며 “지난 76일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유엔 직원 수만 136명”이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스라엘의 공세 방식은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을 배분하는 데 막대한 방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휴전만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절박한 필요를 충족시키고 진행 중인 악몽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구테흐스 총장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장기적인 해법과 관련해 ‘2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이에 의문을 제기한 이스라엘에 “극도의 실망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2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해 요르단강 서쪽 지역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개의 독립국가를 인정하자는 방안이다.
1947년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방안으로 공식 채택됐지만 현재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회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가 어떤 모습일지 모두가 알게 됐으므로 국가 수립을 막았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하며 2국가 해법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와 관련 “(2국가 해법이 아닌) 다른 그 어떤 제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성, 희망을 부정하는 것이고 가자지구를 넘어 멀리까지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는 이스라엘의 안전한 미래 역시 부정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레바논 접경지역, 홍해에서의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 세계 각지에서의 혐오 발언 확산, 극단주의 부상 등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