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이민정책 불만…2024년 공화당 이동세 이어질지 주목
무당파·젊은층 참여가 관건…유권자 동원 예산·투표 접근성도 변수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쪽으로 이동했던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유권자들의 표심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이민단속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의 선택과 실제 투표 참여가 주요 경합주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16일 개최한 ‘2026년 AAPI 표심’ 언론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어느 정당도 아태계 유권자를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아태계 투표 자격 인구는 약 1,700만 명에 이른다.
셰카르 나라심한 AAPI 빅토리펀드 의장은 2024년 대선에서 아태계 유권자의 공화당 이동이 두드러졌지만, 빠른 인구 증가와 세대 변화에 따라 정치 성향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틱 라마크리슈난 AAPI 데이터 설립자 겸 디렉터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아태계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악화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와 이민정책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대한 실망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화당 지지 하락이 곧바로 민주당 지지 확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라마크리슈난 디렉터에 따르면 아태계 유권자는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보다 많지만, 조사 방식에 따라 약 25~33%가 무당파·독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과거 공화당에 투표했던 유권자가 민주당으로 이동하는지, 아니면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지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층의 참여 역시 주요 변수다. 메리 루 아카이 퍼거슨 아시안아메리칸파워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젊은 아태계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가 특정 후보에 대한 열광보다는 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교육비 부담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AAPI 데이터 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64%가 이번 중간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으며, 26%는 ‘투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응답자의 90%가 투표 의향을 나타낸 셈이다.
이 같은 참여 의향이 실제 투표로 이어지면 접전 지역에서 아태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브리핑에서 소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시간에서는 지난 15일까지 아시아계 유권자 약 2만6,000명이 조기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2022년 같은 시점보다 수천 명 늘어난 규모로, 지난 중간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권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알래스카에서도 아태계와 하와이 원주민 유권자 약 5만6,000명의 참여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소한 표 차로 승패가 갈리는 선거에서 그동안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의 참여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필리핀계 주민 비중이 높은 코디액 등에서는 아태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현장 조직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퍼거슨 사무총장은 올해 아태계 유권자 동원에 투입되는 자금이 2022년 중간선거 당시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예산 부족으로 조기 유권자 교육과 지역사회 접촉 프로그램이 축소되면서 실제 투표 참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네바다에서는 한인과 중국계 커뮤니티를 각각 담당할 조직가 채용 계획이 무산됐고, 젊은층이 신뢰하는 지역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 프로그램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투표 접근성도 변수로 지목됐다. 크리스틴 첸 APIA보트 사무총장은 일부 주의 유권자 신분증 요건 강화와 우편투표 제한, 투표소 및 조기투표 축소가 아태계 유권자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첸 사무총장에 따르면 텍사스 태런트카운티의 투표소는 2022년 중간선거 당시 316곳에서 올해 224곳으로 92곳 줄었다. 이 지역의 아태계 등록 유권자는 7만5,000명 이상이다.
이민단속 강화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브리핑에서 제시된 조사에서는 아태계 응답자의 41%가 지난 1년 사이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체류 신분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소지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남아시아계에서는 이 비율이 53%에 달했다.
서류미비 이민자 추방에 대한 지지는 2024년 12월 38%에서 올해 2월 29%로 낮아졌으며, 이민단속 관련 정부 지출이 ‘너무 많다’는 응답은 72%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태계 유권자를 하나의 정치 집단으로 해석하는 데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한인과 중국계, 인도계, 필리핀계 등 출신 배경은 물론 세대와 종교, 이민 시기, 경제 상황에 따라 관심 현안과 정치적 선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민족 출신 후보의 출마가 자동적인 지지 결집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라마크리슈난 디렉터는 정당 간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는 후보의 출신 배경보다 정책과 가치관, 정당 성향이 투표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아태계 표심의 향방은 경제·이민정책에 대한 평가와 함께 무당파·젊은층의 실제 참여에 달려 있다. 주요 경합주에서는 이들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느냐가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