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aolo Benanti tor facebook.
사제·신학자·공학자 이색 타이틀 갖춘 베난티 伊 교수
伊 정부 산하 AI 위원장·프란치스코 교황 AI 윤리 고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만나 인공지능(AI)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가톨릭의 검은 수도사 옷을 입은 사제가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사인 파올로 베난티(50)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 도덕신학·생명윤리·디지털 윤리학 교수다.
이탈리아와 바티칸에서 AI 윤리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베난티 교수는 19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존재하는 인간과 기능하는 기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라고 먼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것은 아마도 이 시대의 가장 큰 질문일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화되고 있는 기계로 인해 날마다 더 심오해지는 도전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동시에 AI 윤리가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현시대에서 베난티 교수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줄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로마의 명문대인 라 사피엔차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으나 학위 취득을 1년 앞두고 대학을 중퇴한 뒤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들어가 공부하는 수도사가 됐다. 그가 사제이자 신학자, 여기에 공학자라는 드문 조합을 갖춘 배경이다.
베난티 교수는 지난주 AI가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이탈리아 정부 산하 AI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게이츠 창업자와 멜로니 총리의 회담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베난티 교수는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AI 윤리 부문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교황청 생명 아카데미의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현대 과학기술의 총아인 AI 기술을 이해하고, AI 기술이 올바르게 개발되고 사용될 수 있도록 윤리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그에게 교황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최고 엔지니어와 경영진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베난티 교수는 전 세계 관련 분야 전문가 38명이 모여 AI의 위험과 도전, 기회와 원동력에 대해 논의하는 유엔 인공지능 고위급 자문기구의 유일한 이탈리아 출신 위원이다.
AI를 윤리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전 세계 국가들이 몰두하는 문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AI의 개발 범위 등을 규제하는 AI에 관한 세계 첫 규제 법안인 ‘AI 법'(AI Act)에 합의했다.
베난티 교수는 “AI가 의료 비용을 낮추고 의사들이 더 많은 사람을 돕는 데 정말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AI를 규제한다고 해서 개발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선 인간이 AI를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베난티 교수는 “나는 AI보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