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핵심가치 거론 대목 강렬”…WSJ “국정연설 가장한 선거유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7일 밤 국정연설에 대한 미국 주요 신문들의 논조는 첨예하게 엇갈렸다.
미국의 국제적 역할 등을 분명히 피력한 점에 대한 칭찬과, 통합의 메시지가 결여된 ‘당파성’에 대한 비판이 교차했다.
68분간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천명한 대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설이 있는가 하면, 대선 ‘리턴매치’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전임자’ 표현을 13차례 쓰면서 정적 비판과 지지층 결집에 방점 찍은 연설 톤을 비판하는 사설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은 이 시기를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깨어나라 미국’이라는 제목의 8일자 사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적 분열,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유지한 가치와 국제적 역할에 대한 회의론 속에 미국의 힘과 낙관주의를 세계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면서 “눈에 띄는 에너지와 함께 그는 대체로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머리 숙이지 않겠다고 한 대목과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2021년 1·6 사태)를 거론하며 “당신이 이겼을 때만 나라를 사랑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지적한 대목 등을 긍정적 평가의 근거로 제시했다.
사설은 이어 대통령 연설에서 가장 강렬했던 부분은 미국의 핵심 가치로서 “정직, 품위, 존엄성, 평등”을 거론한 대목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표출하는 “분노, 복수, 응징(바이든이 연설에서 쓴 용어)”과 대조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성향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당파적인 연방분열 연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연설에 통합과 포용의 메시지가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제목에서부터 ‘국정연설’에 해당하는 단어 ‘State of the Union(연방상황)’을 ‘State of Disunion(분열상황)’로 비튼 WSJ 사설은 “민주당 당원들을 위한 길고 분열적인 부흥 집회로, 연설 내내 공화당원들을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이번 국정연설이 상대 진영에 접근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면서 “러시아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과 국내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비교하는 끔찍한 정치적 실수를 했다”고 꼬집었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국내외에서 공격받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내 대선 불복 시위대의 1·6 의회난입 사태를 나란히 열거한 연설 내용을 비판한 것이었다.
사설은 “푸틴의 침공과, 당파적이면서 소란스럽기까지 한 미국 내 논쟁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많은 우크라이나 지지자는 이 비유에 분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또 이번 국정연설에서 정책은 초점이 아니었다면서 “이것은 국정연설을 가장한 선거 유세”라며 연설 현장의 민주당 의원들이 “4년 더(바이든의 재선)”를 외친 사실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