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추모 속 사인 발표 미뤄져…서방 추가 테러 제재 움직임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 나흘째인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간 가운데 나발니의 아내는 해외에서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발니의 사인을 밝히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설명하면서, 나발니 사망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반응 질문에는 “추가로 말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오던 나발니는 지난 16일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나발니 측근들과 서방은 살해 의혹을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다양한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나발니 사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이날 푸틴 대통령을 맹비난하면서 남편이 펼치던 활동을 이어서 하겠다는 뜻을 밝혀 본격적으로 반정부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나발나야는 1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 성명에서 “알렉세이는 푸틴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하고 “나는 알렉세이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죽인 이유를 조만간 공유할 예정이며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나발니 측근들은 “익명성을 보장한다”며 이메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발니 살해와 관련된 정보를 제보받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도중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예정에 없던 연설을 했던 나발나야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각국 외교장관들과 개별 회동했다.
EU는 외교장관회의에서 나발니 급사와 관련해 새로운 대러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나발니의 사망을 기리기 위해 EU의 인권침해 제재 프로그램의 공식 명칭을 ‘나발니 인권침해 제재’로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발니의 사인과 시신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키라 야르미시 나발니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사위원회가 “아직 사인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며 조사가 연장됐다”고 했다며 당국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발니 동료인 이반 즈다노프는 수사관이 나발니의 시신 부검에 최소 14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나발니의 모친은 아직 나발니의 시신을 확인조차 못 하고 있다. 야르미시 대변인은 이날도 나발니 모친과 변호사들이 영안실을 찾아갔지만 입장을 거부당했으며 시신 위치에 대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역 나발니 추모 장소에 헌화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발니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라는 청원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OVD-인포는 수사위원회에 탄원서를 보내는 캠페인에 17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6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