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인 엠폭스에 대처하려면 백신 접근성을 향상하는 게 중요하며 국경봉쇄와 같은 수단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6일 밝혔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엠폭스 발병 지역의 백신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각국의 백신 기부를 받고 있다”며 “백신이 유일한 발병 억제 수단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해리스 대변인은 “엠폭스는 가까운 개인 간 접촉을 통해 번지는 병이어서 국경봉쇄 여부와 큰 상관성이 없을 것”이라며 “WHO는 국경봉쇄를 대처 수단으로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집이 보이거나 터진 환자와 접촉을 통해 옮는 엠폭스는 자신이 감염 사실을 확인했을 때 두려움 없이 의료적 조치를 다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신과 접촉한 사람을 파악해 보는 것도 환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부연했다.
해리스 대변인은 전날 스웨덴 보건당국이 아프리카에서 유행 중인 엠폭스 새 하위계통 1b에 감염된 환자가 자국 내에서 나왔다고 발표한 점을 거론하면서 “질병 추적 시스템이 잘 운영됐음을 보여준 사례로 다른 나라도 이처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엠폭스는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이다. 중서부 아프리카 풍토병이었지만 2022년 5월부터 유럽, 미주 등 세계 각국에 확산하자 WHO는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이후 확산세가 잦아들자 지난해 5월 PHEIC가 해제됐지만, 같은 해 9월부터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을 중심으로 새 하위계통 1b 유형의 엠폭스가 번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올해에만 확진 사례 1만4천479건, 사망 455명이 나왔고,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에서 엠폭스가 발병하는 등 최근 몇 주간 급속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WHO는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해제 1년 3개월 만인 이달 14일 다시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