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총장[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제공]
“한국계 혈통 자랑스러워…교육·연구·혁신으로 한국과 협력 강화”
“교사였던 어머니 가르침이 나침반…교육은 소명이자 세상 바꾸는 힘”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USC 최우선 과제
“부모님이 교육받으셨던 학교로 돌아와 학생과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큰 특권이자 영광입니다. 교육보다 더 숭고한 소명은 없다는 어머니의 믿음을 받들어, USC의 사명과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겠습니다.”
미국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1880년 개교 이래 첫 한국계 수장으로 선출된 김병수(54) 제13대 총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와 ‘교육의 숭고함’을 강조했다.
지난 7개월간 임시 총장을 거쳐 지난달 4일 이사회 만장일치로 정식 총장으로 선임돼 150년 역사를 향해 나아가는 USC의 키를 잡게 됐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난 김 총장은 하버드대에서 학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런던정경대(LSE)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연방검사와 변호사, 미국 최대 비영리 의료기관인 카이저퍼머넌트 등을 거쳐 대학에서 일하게 된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는 취임사에서 USC 교육을 통해 공립학교 교사를 지냈던 어머니의 삶을 언급하며 감회를 전했다. 김 총장은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셨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제자들을 향한 헌신을 멈추지 않으셨다”며 “어머니가 남겨주신 ‘교육보다 숭고한 소명은 없다’는 가르침은 제 평생의 나침반이 됐다”고 말했다. 법조인과 교육 행정가로서 쌓아온 그의 경력이 결국 부모의 모교인 USC로 수렴된 것을 그는 ‘놀라운 회귀점'(Full circle moment)이라 정의했다.
김 총장은 2020년 USC에 법률 담당 부총장 겸 법무실장으로 영입된 후 학내 시위를 해결하는 등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용기를 높이 평가받았다. 한인 출신으로 USC에서 총장을 맡게 된 것을 기뻐하면서 한국과 USC의 깊은 인연에 대해 감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취임사에서 교육을 ‘가장 숭고한 소명’이라 강조하신 이유는?
▲ 교육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저에게 항상 깊은 의미를 주었습니다. 교육은 최상의 상태일 때, 사람들이 성장하고 기여하며 타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교육을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책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까지 제자들에게 헌신한 어머니의 삶이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 어머니는 제가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머니는 제자들에게 집중하셨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셨습니다.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그러한 목적의식은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리더십과 봉사에 접근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형성하고 있습니다
김 총장에게 USC는 단순한 직장을 넘어 가족의 유산이 깃든 장소다. 그의 부모는 1960년대 후반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대학원생들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캠퍼스를 방문해 미식축구 경기와 콘서트를 즐기던 기억을 회상하며, USC 특유의 탁월함과 성취에 대한 열망이 오늘날 자신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고 했다.
— 부모님의 모교로 돌아온 ‘회귀’의 경험이 리더십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 USC에 대한 저의 가장 초기 기억 중 일부는 부모님과 함께 캠퍼스를 방문했던 일들입니다. 그곳에는 항상 에너지와 가능성이 넘쳤습니다. 이 직책을 맡아 다시 돌아온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을 뿐만 아니라, 대학이 세대를 거쳐 삶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그러한 관점은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져야 할 책임감을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연방 검사, 변호사, 대형 의료기관 임원까지 화려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다시 학계로 돌아오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특히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대학 행정과 갈등 해결에 어떤 강점이 되고 있습니까?
▲ 저는 법조계, 공공 서비스,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바로 ‘문제 해결’, ‘복잡한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협력과 사려 깊은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USC 총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과거의 경험들이 저를 잘 준비시켜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현대 사회의 질병,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 위기, 생태적 스트레스, 정치적 양극화를 인류의 4대 난제로 꼽았다.
— USC 학생들이 이러한 위기 속에서 어떤 ‘미래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라나요?
▲ 우리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마주한 도전 과제들은 복잡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서로의 차이를 넘어 타인과 협력하며, 인류와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USC를 졸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리더십 자질은 기술적 전문 지식만큼이나 중요합니다.
— 창립 150주년을 앞두고 USC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요.
▲ 지금은 USC에 매우 흥미로운 시기입니다. 150주년을 앞두고 저의 주된 초점은 연구와 파트너십, 그리고 미래 리더 교육을 통해 우리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USC는 50만 명 이상의 살아있는 동문과 함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사람, 조직, 아이디어를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저희는 한국과 그 외 지역에서 교수진과 기업,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민간 부문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USC의 세계적인 인프라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고의 인재가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계획인가요.
▲ USC를 차별화하는 것은 우리 교수진, 학생, 동문의 탁월한 재능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기 위해, USC는 협업이 장려되고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며 야심 찬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지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문화를 유지해야 합니다.
2006년 캠퍼스 안에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LA 옛 가옥을 복원해 현재 한국학연구소로 쓰고 있고, 한국 유학생이 매년 500명 넘게 등록할 만큼 USC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 USC가 K-팝 등 한국의 문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와 협력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요.
▲ 음악, 영화, 패션과 같은 분야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우리는 카우프만 무용 대학, 영화예술 대학, USC 한국학 연구소(KSI), USC 퍼시픽 아시아 박물관 등 교수진과 학생들이 현대 및 전통 한국 문화를 탐구하고 연결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술, 스토리텔링, 기술 분야의 강점과 로스앤젤레스라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USC는 한국의 문화, 비즈니스 및 연구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예술가, 학자, 기관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할 기회들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예술은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며, 이는 저와 USC에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자택 앞 첼로 연주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러한 소통이 학내 시위와 같은 복잡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는지요?
▲ 음악은 항상 제 삶의 의미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셧다운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어느 주말에 집 밖에 나와서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소문이 퍼지면서 정기 공연이 되었고 신문에 소개된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총 12번이나 연주를 했습니다. 이 기간 첼로 연주는 매우 스트레스가 많고 힘든 시기에 이웃들과 소통하고 하나로 묶어주는 방법이었습니다. 캠퍼스 내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때, 저는 항상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서 더 나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노력합니다.
— 어릴 적 한국 방문의 추억이 한국계 리더로서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 어린 시절 한국에서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고 조부모님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던 아주 따뜻한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의 여름은 매우 덥고 습해서, 형과 저는 항상 시원한 간식을 먹는 것을 고대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경험들은 제가 뿌리와 연결되어 있도록 도와주었고,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제 마음속에 남아 공동체와 리더십을 생각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형성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저의 한국적 혈통(heritage)이 자랑스럽고, 최근 한국 방문 때 보여주신 열렬한 관심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교육, 연구, 그리고 공유된 혁신을 통해 USC와 한국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기회들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