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충돌 시각 8시 46분 일제히 묵념…유가족, 희생자 2천983명 호명
밴스 부통령 참석…바이든·오바마·부시·클린턴 등 전 대통령도 한자리
“아빠, 벌써 25주년이네요. 단 하루도 당신을 잊거나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어요.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꼽히는 9·11 테러 25주년 추모식이 11일 뉴욕 맨해튼을 비롯한 미국 각지에서 엄수됐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세계무역센터(WTC) 옛터인 그라운드제로의 9·11 추모광장에는 검은 옷과 흰 리본을 단 유가족들이 모여 희생자 2천983명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오전 8시46분, 25년 전 아메리칸항공 11편이 WTC 북쪽 타워에 충돌했던 바로 그 시각에 맞춰 은색 종이 울려 퍼졌다.
조금 전까지 추모식장 주변을 채우던 소음이 일순간 잦아들었고,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첫 묵념이 끝나자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의 추모 연주가 이어졌고, 유가족들은 두 명씩 단상에 올라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리움과 사랑을 전했다.
희생자의 사진이나 이름이 적힌 푯말을 품에 안거나 높이 들어 올린 유가족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는 이름을 읽다 울음을 터뜨렸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다시 낭독을 이어갔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조형물 주변에는 유가족들이 가져온 튤립과 장미 등이 놓여 추모광장을 수놓았다.
2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희생자를 직접 만나보지 못하거나 9·11 테러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다음 세대의 추모도 이어졌다.
테러 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한 소녀는 자신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모를 추모하며 “당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계속 우리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희생자 호명 도중 남쪽 타워 충돌과 펜타곤(국방부 청사) 피격, 두 타워 붕괴, 유나이티드항공 93편 추락 등 25년 전 주요 사건이 발생한 시각마다 낭독을 멈추고 묵념했다.
올해는 이름 낭독이 끝난 뒤 9·11 관련 질환으로 숨진 구조대원과 수습 인력, 주민 등을 기리는 일곱 번째 묵념도 처음으로 추가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루디 줄리아니 전 시장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행사 전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시장의 참석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맘다니 시장과 악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대신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뉴욕 9·11 추모식 주최 측은 참석자의 연설을 허용하지 않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장서 연설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참석이 불발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런 적이 없으며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정치인들의 공식 연설을 허용하지 않는 전통이 지켜졌지만, 유가족들의 입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가 나오기도 했다.
9·11 테러로 남편을 잃은 테리 스트라다는 “해가 갈수록 당신이 더 그립다”고 남편을 추모한 뒤 “어떻게 25년이 지났는데도 당신의 죽음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한 역할에 대해 아직 정의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역대 미 행정부가 사우디 측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현장에 있던 밴스 부통령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추모식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채 유가족과 생존자, 구조대원 등 초청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추모광장 주변에는 약 2.4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설치됐고 경찰은 입장객들의 초청장과 출입증을 확인한 뒤 보안 검색을 거쳐 입장시켰다.
그러나 뉴욕 곳곳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공공기관과 주요 시설에는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됐고, 각지에서 묵념과 헌화가 이어졌다.
해가 진 뒤에는 테러로 붕괴한 WTC 쌍둥이빌딩을 상징하는 두 줄기 빛인 ‘트리뷰트 인 라이트’가 맨해튼 밤하늘을 밝힐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