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행정명령 14160호에 대한 첫 공개 심리 진행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출생시 시민권 자동 부여’를 제한하는 행정명령 14160호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부모가 모두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미국 내 출생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헌법 수정조항 제14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후 5월 15일 목요일, 연방 대법원은 이 행정명령에 대한 첫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논쟁의 핵심은 대통령이 헌법의 시민권 조항을 해석하고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와, 이 같은 조치가 헌법 제3조에 따른 사법권을 침해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다.
헌법 수정 제14조와의 충돌
1868년 제정된 헌법 수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의 관할권에 따라 미국 시민이며,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른바 ‘출생시민권 조항(Birthright Citizenship Clause)’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 조항 중 “미국의 관할권에 따른다”는 표현을 근거로, 불법 체류자나 임시 체류자의 자녀는 시민권을 받을 수 없다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정의 증진 단체(AAJC)의 이민 옹호 책임자 마틴 킴은 “이 행정명령은 매우 위험한 법적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헌법을 임의로 해석하고 적용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극단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연방 법원, 즉각 효력 중지
행정명령 발표 직후, 워싱턴 D.C., 메릴랜드, 매사추세츠의 연방 판사들은 긴급 명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시행을 중단시켰다. 이와 관련된 소송은 총 22개 주와 여러 이민 옹호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세 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변호사 김씨는 “현재 심리 중인 세 사건은 모두 긴급 항소를 통해 올라온 것으로, 대법원이 실질적으로 이 행정명령의 합헌성을 판단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은 헌법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출생시민권 폐지의 사회적 파장
이민정책연구소(MPI)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향후 50년 동안 미국 내에서 매년 약 25만 명의 아동이 합법적 지위 없이 태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75년까지는 약 170만 명의 아동이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시민권이나 법적 신분을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MPI의 줄리아 겔라트 부소장은 “이 명령은 시민권을 박탈하려는 것이 아니라, 향후 출생 아동에 대한 자동 시민권 부여를 차단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 파급력은 세대를 초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시민권은 단순한 출생증명서 문제가 아니다. 이는 투표권, 노동권, 교육권 등 민주주의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LatinoJustice의 변호사 세사르 루이스 역시 “시민권을 제한하면 대표성과 투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이민자뿐 아니라 미국 전체 사회에 행정적·법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헌법을 바꿀 수 없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로스쿨 산하 코레마츠 법과 평등 센터의 로버트 S. 창 소장은 “이번 행정명령은 특정 인종·민족 집단을 타깃으로 삼은 또 하나의 사례”라며, “시민권 여부를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헌법적 질서를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창 교수는 “누가 미국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매우 본질적인 문제”라며 “이 행정명령은 장기적으로 귀화 자격에도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 심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제한 시도가 헌법상 정당한지, 그리고 대통령의 행정권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권의 정의를 둘러싼 이 법적 논쟁은 미국 사회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