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제주 여성, 한반도 여성에겐 없는 저체온증 내성 변이 등 있어”
임신 중에도 호흡 장비 없이 차가운 바닷속에 잠수하는 제주 해녀들은 저체온증 내성을 높여주는 변이 등 잠수에 도움이 되는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대 멀리사 일라르도 교수팀은 3일 과학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서 제주의 해녀와 해녀가 아닌 여성, 한반도 본토 여성에 대한 비교 실험 연구에서 제주 여성만 가진 잠수 적응 변이 2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라르도 교수는 “해녀들의 놀라운 잠수 능력은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다”며 “해녀들이 임신 중에도 진짜 힘든 일인 잠수를 하는 것은 전체 제주 주민들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제주 해녀들은 공동체를 위해 일 년 내내 잠수하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이들은 열 살 무렵부터 잠수 훈련을 시작해 평생 잠수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의 놀라운 잠수 능력에 영감을 받아 이들에게 잠수 부담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는 생리적 특성이 있는지, 있다면 이런 특성이 유전적 적응 덕분인지 아니면 훈련 때문인지 밝히고자 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제주 해녀 30명과 해녀가 아닌 여성 30명, 한반도 출신 31명의 생리적 특성과 게놈을 비교했다. 전체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해녀들의 나이에 맞춰 65세로 조정했다.
게놈 분석 결과 제주 해녀와 해녀가 아닌 여성은 한반도 본토 출신과는 뚜렷한 유전자 차이를 보였다. 이는 모든 제주 주민이 같은 조상의 후손임을 시사한다.
또 제주 여성들은 해녀 여부와 관계 없이 잠수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는 저체온증에 덜 취약하게 만드는 추위 내성 변이이고, 다른 하나는 이완기 혈압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제주 여성 33%에서 발견됐으나 한반도 여성은 7%만이 가지고 있었다.
일라르도 교수는 “이완기 혈압 감소 관련 변이는 잠수할 때 겪을 수 있는 이완기 고혈압 합병증 완화를 위한 자연선택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차가운 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참는 ‘모의 잠수’ 실험을 하면서 심박수와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모의 잠수 중 모든 참가자의 심박수가 감소했지만 해녀들의 심박수 감소 폭이 해녀가 아닌 사람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녀들은 분당 심박수가 평균 18.8회 준 반면 해녀가 아닌 사람들은 12.6회 감소했다.
연구팀은 잠수 중 심박수가 감소하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산소를 보존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며 제주 해녀와 해녀가 아닌 사람들은 유전적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심박수 감소는 해녀의 훈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라르도 교수는 “해녀들은 매우 긴 시간 잠수를 해왔기 때문에 심박수가 더 떨어지도록 훈련돼 있다”며 “실험에 참여한 한 해녀는 심박수는 15초 이내에 분당 40회나 떨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녀들의 유전적 변화가 제주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 기쁘다”며 “이런 변화가 생리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규명할 수 있다면 임신성 고혈압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도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Cell Reports, Aguilar-Gómez et al., ‘Genetic and training adaptations in the Haenyeo divers of Jeju, Korea.’ 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5)003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