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 60명 동해항으로 영주귀국[재외동포청 제공]
동해항으로 들어와…서울·경기·부산 등에서 새 삶 시작
“모국 품이 이렇게 따듯하다니요. 평생 고향을 그리워했던 아버님의 소원을 대신 풀어주는 거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11일 오후 2시 강원 동해항에 첫발을 내디딘 사할린 동포들은 저마다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휠체어를 타고 입국한 최고령의 황순남(85) 할머니는 고국 땅을 밟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날 60명의 사할린 동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항공편이 끊어지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뱃길을 통해 동해항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1945년 8월 15일 이전 사할린으로 이주했거나 태어난 동포 1세 및 2세와 동반가족이다. 정부는 ‘2023년도 영주귀국 및 정착지원’ 대상자로 261명을 선정했다. 지난달 입국한 16명을 뺀 나머지 185명은 순차적으로 개별입국한다.
이날 입국한 60명 중에 동포 1세는 3명, 2세가 57명이며 최고령자는 1939년생인 황 할머니다.
고령의 동포들은 24시간 뱃길에 힘겨울 텐데도 모국에서의 새 삶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며느리와 함께 입국한 황 할머니는 “천안에서 자녀들과 함께 살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나이는 많지만 봉사 등 소일거리를 찾아서 모국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지기순 씨는 “선조는 일제 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이주해 나라 없는 설움을 견디며 살았고 냉전 시대에도 늘 이제나저제나 모국 소식만 그리워했다”며 “모국이 이렇게 발전된 선진국이라는 사실에 뿌듯하다”고 활짝 웃었다.
김관식·정애자 부부는 “강제이주로 끌려와 고된 탄광 일을 했던 조부모는 늘 고국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뿌리를 잊지 말라고 가르쳤다”며 “2009년 충남 아산에 먼저 영주귀국해 사는 부모와 같이 살게 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효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 부부는 사할린에서 식료품 유통업을 해왔다며 “한국에 자리 잡으면 한국과 러시아 간 교류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시작해 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동해항 도착 후 출입국심사를 완료한 후 재외동포청과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한 귀국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환영 행사를 마친 사할린 동포들은 서울·경기·인천·음성·부산 등 먼저 영주귀국한 1세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임대주택에 둥지를 틀게 된다.
재외동포청은 2세들의 모국 방문과 법률 상담 등을 비롯한 정착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대한적십자사는 적응 지원 캠프를 연다.
1992년부터 시작한 사할린 한인의 고국 영주귀국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5천86명이 조국의 품에 안겼고, 사할린에는 현재 3만여 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