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선수, 결승선 앞서 중국 선수에 ‘먼저 가라’ 손짓…1초 뒤져 골인
中당국, 주최사 자격 정지…중국육상협회 “경기 상업화 경쟁 규제할 것”
중국 당국이 승부 조작 논란에 휩싸인 베이징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실제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 입상자들의 기록을 취소하고 담당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기로 했다.
2024 베이징 하프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를 둘러싼 승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직위원회는 조사 결과 “페이스메이커로 참여한 4명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1명은 도중에 경기를 포기했지만 3명은 앞서 달리다가 마지막 2㎞를 남겨놓고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췄다”며 “그 결과 중국의 허제 선수가 1시간3분44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현장 영상을 보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허제 선수에 앞서 달리던 케냐 선수 로버트 키터와 윌리 응낭가트, 에티오피아 데제네 비킬라는 결승선을 앞두고 허제 선수를 돌아보고 속도를 늦췄다. 이 가운데 한 선수는 먼저 가라는 듯 허제 선수에게 손짓하기도 했다.
결국 아프리카 선수 3명은 나란히 허제 선수보다 딱 1초 뒤져 공동 2위를 차지해 중국인 선수에 양보했다는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조직위는 허제 선수와 공동 2위를 한 선수 3명 등 총 4명의 기록을 취소하고 메달과 상금도 회수하기로 했다.
또 베이징시 체육경기관리 국제교류센터와 중아오체육관리 유한공사 등 대회 주최사들의 자격을 정지하고 관계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기로 했다.
조직위 역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공개 사과하면서 “이 사건을 교훈 삼아 스포츠 정신을 고양하고 대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육상협회 책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육상계 각 관계자는 지금의 귀한 발전 모멘텀을 소중히 여기고,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경기의 품질과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경기 조직·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각 업무를 잘 수행해 인민이 만족하는 경기를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육상협회는 달리기 경기 감독·관리와 지도·서비스 등 업무를 강화하고 달리기 경기의 상업화 경쟁을 규제할 방침이다.
또 각급 감독 기관과 경기 조직위가 교훈을 얻고 책임 의식을 높이도록 감독하기로 했다고 CCTV는 전했다.
이번 사건은 영상과 함께 중국 매체는 물론 외신을 통해서도 보도돼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낳았다.
논란이 커지자 공동 2위를 한 케냐 선수 윌리 응낭가트는 지난 16일(현지시각) BBC 스포츠 아프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선수 허제가 1시간 2분 33초의 중국 하프 마라톤 신기록을 깨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을 포함해 4명의 주자가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승부조작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