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 입구서 막힌 행진 참가자들[파키스탄 일간 돈 홈페이지 캡처]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한 소도시 주민들이 수년간 자행된 집단 살해와 실종에 항의하며 장거리 행진 끝에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께 발루치스탄주 트루바트시를 출발, 약 3주간 1천600㎞를 걸어 마침내 21일 이슬라마바드의 시 경계에 다다랐다. AP통신은 이 행진에 주민 약 200명이 동참했고 이 가운데는 어린이와 노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수도를 향해 고난의 길을 떠난 것은 이 마을에서 벌어진 사적 제재 의한 집단 살해와 실종을 알리고 정부의 의문스러운 대처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을 맞은 건 경찰의 강력 대응이었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곤봉으로 가격해 수십명을 체포했다.
투르바트시 주민의 행진을 촉발한 건 지난달 경찰 구금 중 벌어진 24세 청년의 의문사였다.
경찰은 이 청년이 폭발물 소지죄로 체포됐으며 승합차로 이송하던 중 매복한 무장조직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과 인권활동가들은 경찰이 대테러 작전인 것처럼 꾸며 의도적으로 이 청년을 살해했다며 항의 행진을 시작했다.
파키스탄 남서부의 국경지대 발루치스탄주는 20여년간 분리 독립하려는 발루치족과 이를 테러 행위로 보고 진압하려는 중앙정부의 충돌이 빈발했다.
이 과정에서 발루치스탄주에서 수천 명의 남성이 실종되거나 실종 수년 뒤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되곤 했다.
활동가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정보기관과 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