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넘보는 환율…”이란 사태 장기화 땐 추가 상승” 우려

안전자산 쏠림에 달러 강세…외국인 매도로 상승 압력 더 커져

물가·성장에도 충격 가능성…한은 “과거와 달리 달러 풍부”

중동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치솟아 1,500원선을 넘보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환율도 쉽사리 안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4.2원 오른 1,480.3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12.9원 오른 1,479.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27분께 1,471.1원까지 상승 폭이 줄었으나, 이후 다시 가파르게 올라 오전 10시34분께 1,484.2원까지 뛰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거셌던 지난해 4월 9일의 장중 1,487.6원이나 수급 불균형이 확대됐던 지난해 12월 24일의 장중 1,484.9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환율은 이날 0시22분께 1,505.8원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 1,500원을 찍었다. 야간거래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서 변동폭이 큰 편이지만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환율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는 뚜렷한 달러 강세가 지목된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영향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선호가 높아졌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182 오른 99.195 수준이다. 전날 장중 99.681까지 치솟았다.

달러인덱스가 100선에 바짝 다가선 것은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달러 강세 압력이 유지되면서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역대급인 점도 환율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외국인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6천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달 오전에도 1조원 넘는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코스피가 중동 사태 직전 영업일인 지난달 27일 장중 6,347.41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 차익실현 유인이 커진 상황에서 악재가 겹치며 대규모 매물이 쏟아진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조기 수습되지 못하고 달러 강세나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이 지속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교역 조건 훼손과 국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각국 통화정책을 제약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거시적 분석이 깔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을 상반기 배럴당 65달러, 하반기 63달러로 각각 전제했다.

간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이미 81.4달러에 달해 한은 전제치보다 25% 이상 높은 상황으로, 이는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성장률이 0.3%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대 성장이 요원해지는 셈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쇼크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고물가, 고금리, 경기 위축이 가시화한다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환율 상방이 더 열릴 수 있다”며 “앞으로 트럼프 발언 강도, 미 지상군 투입 여부 등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이란 사태의 여파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더라도 환율은 1,490원 정도가 고점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수입업체들의 달러 매수 물량 확대가 환율 상승의 한 요인”이라며 “환율이 1,480∼1,490원이 되면 그 정도가 고점이라는 인식을 가진 서학개미 주식 매도,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어서 수급 요인이 상단을 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단기 오버슈팅이 나타날 수 있지만, 1,500원대에 안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달 1,450∼1,520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물가 부담에 확전을 자제할 것”이라며 “주식시장 조정이 겹쳐 환율 상승 폭이 확대됐으나, 주식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외환당국은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한은은 회의에서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우리나라 대외 차입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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