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심장·폐 기능 훌륭” 발표에도 건강에 의문 제기
전문가 “근육량 줄고 체지방만 늘었다면 건강 적신호로 봐야”
조만간 80세가 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사회에서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백악관이 공개한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심장·폐·신경계 기능이 모두 ‘매우 훌륭한 상태'(excellent health)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지기능 검사(MoCA)에서도 만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체중이 1년 새 약 6㎏ 늘어난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현재 체중은 약 108㎏으로, 체질량지수(BMI)는 비만 직전 수준인 29.7에 달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요 외신은 “건강 상태가 훌륭하다”는 백악관 설명과 달리 구체적인 심장 기능 수치나 관상동맥 상태 같은 핵심 지표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하지 부종과 손등 멍이 다시 언급되면서 의료계에서는 “단순 노화 현상인지, 순환기계 이상 신호인지 좀 더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전문가들은 노년기의 체중 감소를 더 위험하게 여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살이 빠질 경우 암이나 당뇨병, 갑상선 질환, 우울증, 치매 등의 질환 가능성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저체중은 근감소증과 면역력 저하, 낙상 위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살이 찌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의학계에서는 “노년에 약간 통통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일정 수준의 체지방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비만 역설'(obesity paradox)이 관찰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 체중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늘었느냐”라고 강조한다.
근육량이 늘면서 체중이 증가한 것인지, 아니면 지방이나 몸속 수분이 축적된 것인지에 따라 건강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같은 체중이라도 근육이 유지된 사람과 근육이 빠지고 지방만 늘어난 사람의 건강 상태는 전혀 다르다”며 “특히 노년기에는 기초대사량 감소로 복부 지방이 쉽게 증가해 겉보기 체중은 늘었지만 실제로는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성 비만’이 흔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고혈압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년기에 짧은 기간 체중이 갑자기 증가했다면 ‘부종’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심부전이 생기면 몸속 수분이 다리와 폐 등에 쌓이게 된다. 이 경우 며칠 또는 몇 주 사이 체중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겉으로는 단순히 살이 찐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장 기능 악화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콩팥 기능 저하도 대표적인 원인이다. 신장이 수분과 나트륨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몸이 붓고 체중이 증가한다. 특히 고령층은 신장 기능이 서서히 떨어져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체중 증가가 사실상 첫 신호가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역시 몸의 대사를 떨어뜨려 체중 증가와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스테로이드제나 일부 당뇨병 치료제, 항우울제 같은 약물도 노년기 체중 증가의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외신 보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하지 부종이 다시 언급됐다.
백악관은 이를 만성 정맥부전과 관련된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지난해보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고령층에서 체중 증가와 하지 부종이 함께 나타난다면 심혈관계와 신장 기능을 반드시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체중이 늘어난 경우와 달리 1년 이내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면 몸의 이상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간에 2∼3㎏ 이상 체중이 증가하면서 다리 부종, 숨참, 피로감, 운동능력 저하가 동반된다면 반드시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건강 관리의 핵심은 적정 체중과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대사 건강을 지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통해 근육 감소를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오상우 교수는 “노년기 체중 증가를 단순히 많이 먹어서 생기는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사 균형이 깨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으로 지방 축적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며 “평소 적정량의 단백질과 채소를 섭취하고, 큰 근육을 사용하는 걷기나 스쾃 같은 운동으로 근육량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