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도난 방지 장치 장착’ 알림 스티커[HLDI(Highway Loss Data Institut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험 보상 청구 대폭 감소…절도 시도 실패로 기물 파손은 61% 증가
미국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현대차와 기아 차량 대상 절도 범죄가 이를 방지하는 회사 측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배포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미국 고속도로 손실 데이터 연구소(Highway Loss Data Institute·HLDI)가 차량 손해 보험 청구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은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도난 빈도는 업그레이드를 받지 않은 동일 모델·연식 차량과 비교해 64% 감소했다.
HLDI의 수석 부사장 매트 무어는 “두 회사의 해결책은 매우 효과적”이라며 “전자식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차나 기아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가까운 딜러에게 전화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대해 문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도난 방지 장치다.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기준으로 해당 차량의 약 60%가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다만 이들 두 회사의 차량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다른 제조사의 차량보다는 도난 빈도가 높은 수준이라고 HLDI는 전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이모빌라이저를 작동시키려면 운전자가 리모컨 키를 이용해 차를 잠가야 하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차 문손잡이에 있는 스위치를 이용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HLDI는 설명했다.
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이후 차량 절도에 실패한 도둑들이 차량 내부에서 다른 물품을 훔치는 사례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하반기 현대차와 기아 모델의 기물 파손 보상 청구 빈도도 다른 브랜드 모델의 평균치와 비교해 5배 많았다.
HLDI는 절도범들이 통상 차량의 창문을 깨고 들어가 절도를 시도하는데, 절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것이 피해자들의 기물 파손 청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현대차·기아 차량의 기물 파손 빈도는 업그레이드를 받지 않은 차량에 비해 61% 증가했다.
무어 부사장은 “이런 추세를 보면 도둑들이 현대차와 기아의 차를 훔치기가 더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유행이 식어감에 따라 이들 차량의 도난 보험금 청구율은 점차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2년 8월께부터 틱톡 등 SNS를 통해 승용차를 훔치는 범죄가 놀이처럼 유행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 중 푸시 버튼 시동 장치와 내부에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기본 트림’ 제품이 주로 범행 대상이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초부터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을 대상으로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