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돌풍 뒤에 ‘전원 25세 이하’ 디지털 용병조직 있었다

팝스타 찰리 XCX ‘brat’ 밈 발 빠르게 주도해 SNS서 화제몰이

‘바이든 HQ’→’카멀라 HQ’로 성공적 이미지 변신…후보 ‘굳히기’ 발판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이후 당내에서 빠르게 지지를 모으며 대선 후보 티켓을 사실상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돌풍’ 뒤에는 전원 25세 이하로 구성된 민주당의 ‘디지털 용병 조직’의 역할도 있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지난 21일 영국의 팝스타 찰리 XCX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해리스는 ‘brat'”이라는 글과 함께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brat’은 찰리 XCX가 지난 6월 발표한 앨범의 제목으로, 발매 이후 ‘brat’이라는 단어와 앨범에 사용된 라임색이 하나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버릇없는 녀석’이지만, 찰리 XCX의 새 앨범과 SNS에서는 반항적이고 ‘힙’한 악동 정도의 의미로 통용된다.

찰리 XCX의 지지글이 SNS에서 약 5만5천 차례 공유되며 화제가 되자 기회를 포착한 건 바이든 선거 캠프의 공식 SNS 계정인 ‘바이든 HQ’를 운영하던 디지털 팀 내의 한 ‘용병 조직’이었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 디지털전략국장 출신인 롭 플래허티 바이든 캠프 부책임자가 이끄는 200여명의 디지털 팀에 소속된 이 조직은 구성원 전원이 25세 이하인 젊은 조직으로, 그간 온라인에서 바이든 대통령 관련 밈을 만들고 퍼뜨리는 일을 해왔다.

이들은 해리스 부통령 측과 소통을 거쳐 이튿날 곧바로 기존에 ‘바이든 HQ’였던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이름을 ‘카멀라 HQ’로 바꾼 뒤 계정의 대문 이미지를 ‘brat’ 앨범 커버를 차용해 라임색으로 변경했다.

온라인에서 가장 ‘핫’한 이미지를 곧바로 가져온 발 빠른 대처는 틱톡 등 SNS에서 곧바로 화제가 됐고,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정치 전문가들이 CNN 뉴스에 출연해 그 맥락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디지털 팀의 발 빠른 대처는 바이든 대통령 사퇴 직후부터 10시간 동안 민주당 인사들에게 무려 100통의 전화를 돌리며 지지를 호소한 해리스 부통령 본인과, 캠페인 로고에서부터 30여개의 SNS 계정, 연설문을 곧장 ‘해리스 버전’으로 수정해 낸 캠프 조직원들의 노력과 합쳐져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직 굳히기’로 이어졌다고 WP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 담당 연설문 작성자인 스티븐 켈리와 홍보 담당자 브라이언 팰런, 아담 프란켈 수석 고문은 원격으로 회의하며 ‘전직 검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대 기소된 범죄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이라는 새 대선 구도를 짰으며, 해리스 부통령 본인이 여기에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는 이튿날 연설 속 구절을 추가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 사퇴 직후 해리스 캠프는 기존 바이든 캠프에 있던 자원과 인력을 적극 활용해 이를 발판으로 빠르게 정체성을 만들어 갔다고 WP는 전했다.

플래허티 부책임자는 WP에 당시 상황에 대해 “‘팀 바이든’과 ‘팀 해리스’는 마치 평행선을 달리면서 서로에게 짐을 던져서 주고받는 두 대의 고속 열차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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