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회 폭동 가담자 1천500명 사면 후 지지자 사면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기준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서 이미 수십건의 사면과 감형 조치를 단행했다.
특히 2021년 연방의회 폭동 사건 가담자 1천500여 명을 사면한 데 이어 최근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보수파 및 지지자들에 대한 사면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전날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크리슬리 노우즈 베스트’의 주인공인 크리슬리 부부에 대한 사면 방침을 밝혔다.
크리슬리 부부는 지난 2022년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지역 은행에서 위조 서류를 이용해 3천만 달러(약 412억원)를 대출받은 뒤 파산 신청을 해 사기와 탈세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불공정한 사법 시스템의 희생자가 됐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검찰 표적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부부의 딸이 연설자로 등장해 다양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과 자기 가족을 비교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대 온 ‘큰손’ 여성 후원자의 아들 폴 월색을 사면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요양원을 경영하던 월색은 직원에게 원천 징수한 세금을 빼돌려 호화생활에 쓴 사실이 적발돼 탈세 등의 혐의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모친의 정치활동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표적 수사를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색의 징역형뿐 아니라 440만 달러(약 60억 원)에 달하는 변상금까지 면제해줬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뇌물과 사기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버지니아주의 보안관 스콧 젠킨스를 사면했다.
젠킨스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젠킨스에 대해 “그와 가족들은 바이든 때 법무부 탓에 지옥 같은 삶을 거쳤다”고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같은 사면권 행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 충성심이 사면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아들 헌터에 대한 선제적 사면을 단행하는 등 역대 대통령들도 정치적인 사면을 한 경우가 적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에서 이 같은 성격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 오슬러 세인트토머스대 법대 교수는 “연방의회 폭동 사건 가담자 사면을 제외하면 금융 관련 범죄자들에게 사면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