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마녀사냥” 주장…재판장, 트럼프 변호인에 “자제시키라”
트럼프 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민사 재판에 출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제소한 뉴욕주 검찰총장을 향해 보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최후변론에 출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요청했다.
재판장인 아서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법률적인 문제와 사실에 대해서만 발언하라”고 당부한 뒤 최후진술을 허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은 뒤 “이번 재판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재판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사소송을 주도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을 향해 “선거에 나가려고 결백한 사람을 기소한 것”이라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검찰총장에 대한 보복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초 약속과 달리 공격적 언사를 이어가자 엔고론 판사는 굳은 표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에게 “당신의 고객을 자제시키라”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엔고론 판사를 향해 “내 이야기를 1분 정도도 듣지 못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지는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나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퇴장한 뒤 맨해튼지방법원 인근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제임스 검찰총장에 대해 “트럼프를 보면 발광하는 심각한 증상에 걸린 사람”이라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또한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문장 2개를 하나로 연결할 능력이 없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소된 형사재판 4건과는 무관한 별개의 민사 사건이다.
앞서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하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선 자산가치를 부풀렸다고 보고 트럼프 일가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억7천만 달러(약 4천87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향후 뉴욕주에서 트럼프 그룹의 사업 행위를 영구적으로 금지해달라는 것이 검찰의 요청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족들은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들도 모두 공인회계사가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이 없고, 은행 측도 트럼프 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민주당 당원이라면서 자신에 대한 소송도 ‘마녀재판’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도 평소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최후변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크리스토퍼 카이스는 “이번 재판은 미친 짓” 등의 표현으로 검찰을 공격했다.
특히 그는 엔고론 판사를 향해 “앞으로 당신 평판을 생각하라”고 발언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검찰 측 변호인은 “모든 책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민사소송은 배심원단 없이 진행됐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보유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인정한 엔고론 판사는 “오는 31일까지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