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관세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미국의 소비자물가를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리고 이로 인해 미국 가계는 올해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2천400달러의 실질 소득 감소 충격을 입을 것으로 연구소는 추산했다.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는 소비 둔화로 이어지며 미국의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각각 0.5% 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을 0.4% 감소시켜 중국의 GDP 손실(-0.2%)보다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이 관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관세 부과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 연방정부의 세수 확대에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 재무부 통계를 보면 6월 미국의 관세수입은 272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주권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는 와중에 관세 수입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자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을 앞두고 기업들이 재고를 축적한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됐다고 지적한다.
앞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미국이 10년간 관세를 통해 약 6조달러(약 8천400조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이 같은 수입이 미국 가계를 위한 감세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의 연간 상품 수입액(3조3천억 달러)에 20%의 실효 관세율을 단순 적용해 도출한 수치였다.
하지만 이 역시 경제주체들이 관세에 반응해 행태를 바꾸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과장된 수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해 향후 미국의 수입이 감소할 경우 관세 수입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이 2조5천억 달러(연평균 2천5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해 나바로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관세 수입을 연간 1천800억 달러, 미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은 연간 수입을 1천400억 달러 수준으로 더 낮게 추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관세 충격이 미국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이미 경제 지표로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국가별 상호관세 시행을 8월 7일로 늦췄지만, 기본관세율 10%를 비롯해 철강,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는 이미 시행 중이다.
중국에 부과했던 145%의 초고율 관세는 미중 협상 기간 유예됐지만, 중국산 수입품에는 여전히 50%가 넘는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관세 영향은 성장 둔화로 이미 반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1.2%(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로, 2024년(2.8%)과 비교할 때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로까지 낮아졌다가 6월 들어 2.7%로 반등했다.
관세에 민감한 장난감, 의류, 가구 등 품목의 가격이 뚜렷이 올랐다.
노동시장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기업들이 구인 규모를 줄이고 나서는 등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기업들이 관세 시행에 앞서 미리 축적한 재고를 소진하거나 가격 동결을 더는 감내하지 못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에 미치는 관세 충격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누가 트럼프 관세의 고통을 느끼나’ 제하 기사에서 “머지않아 미국 경제는 무역전쟁의 고통을 더욱 예리하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비용을 떠안아 온 외국 기업들이 영원히 그것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