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영웅’ 유남규-기대주 유예린 ‘부녀 세계 제패’ 꿈 이뤘다

유남규 감독(오른쪽)과 딸 유예린[촬영 이동칠]

유예린, 세계청소년선수권 U-19 여자단체전 첫 우승에 앞장

유남규, 1989 도르트문트 대회서 현정화와 혼합복식 우승 합작

“(유)예린이가 결승에서 이기고 우승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중국과 준결승에서 혼자 2승을 올리고 최선을 다했으니 오늘 하루는 우승 기쁨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25일(한국시간) 스웨덴의 헬싱보리에서 열린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서 한국 여자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이 대만을 3-1로 꺾고 우승하는 장면을 인터넷 중계로 지켜본 유남규(56) 한국거래소 감독은 누구보다 우승 기쁨이 특별했다.

여자주니어 대표팀 멤버로 출전한 딸 예린(16)의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봤기 때문이다.

예린은 첫 단식에서 대만의 예위티안에 1-3(4-11 11-9 9-11 7-11)으로 패했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 4-0, 8-6으로 앞서고도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결국 9-11로 세트를 내줘 1단식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유 감독은 “3세트에서 리드를 잡고도 이기고 싶은 마음에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다 보니 상대 선수의 기세가 살아나고, 오히려 범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의 디딤돌이 된 중국과의 준결승 3-2 승리에서는 유예린의 활약이 눈부셨다.

유예린은 톱시드를 받은 세계 최강 중국을 맞아 1단식에서 친위시안에게 3-2 역전승을 거두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이어 게임 스코어 2-2에서 나선 최종 5단식에서도 올해 아시아선수권 챔피언 종게만을 3-1(11-9 2-11 11-8 11-9)로 돌려세우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중국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결승에서 대만을 3-1로 꺾고 이 대회 출전 사상 첫 우승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유예린이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유남규 감독과 ‘부녀(父女) 세계대회 우승’을 완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감독은 세계선수권에서 한 번 우승했다.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에서 ‘탁구여왕’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혼합복식 우승을 일궜다.

남북단일팀 멤버로 참가했던 1991년 지바 대회 때는 단체전 8강에서 스웨덴에 덜미를 잡혔고, 현정화 감독이 이끄는 여자팀이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유 감독이 한국 대표팀으로는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딸 예린이 단체전 세계 제패 꿈을 대신 이뤄준 셈이 됐다.

유 감독은 “예린에게 ‘경기에서 져봐야 이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부담감을 덜고 대신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회 우승이 예린이가 ‘유남규의 딸’이 아닌 ‘선수 유예린’으로 홀로 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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