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기간 주장 손흥민과 물리적 충돌로 ‘하극상’ 논란
태국과 월드컵 예선 2연전 위해 귀국…팬들 선물 받고 대표팀 숙소로
‘탁구게이트’ 중심에 섰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여느 때처럼 밝은 표정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이강인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입국장 문이 열리고 연두색 후드 티를 입고 초록색 캡 모자를 쓴 이강인이 나타나자 팬 여러 명이 이강인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전날 300명이 넘는 팬과 취재진이 몰렸던 손흥민(토트넘)의 입국 현장과는 온도 차는 있었지만 이날 역시 1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굳은 표정으로 입국한 손흥민과 달리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선 이강인은 문 앞에 잠시 멈춰 선 뒤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양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캡틴 손흥민에게 대들어 손가락을 다치게 하고 대표팀 내 조직력 붕괴의 원흉으로 지목돼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위축됐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환히 웃던 이강인은 팬들의 선물을 받고 여유롭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강인의 입국 현장을 기다리던 팬 김나연(32)씨는 “(탁구게이트 사건이 터지고) 좀 속상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후에 대표팀 선배들과 해결하려고 했던 모습들이 팬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며 “직접 사과하겠다는 마음도 팬으로서 지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위축된 부분이 있을 텐데, 다가올 태국과 2연전에서도 원래 하던 대로 자신의 흐름대로 경기를 잘 이끌어 가고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강인은 지난달 끝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선배이자 주장인 손흥민에게 항명한 ‘탁구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받아 축구 팬의 지탄을 받았다.
준결승전 요르단전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시간, 대표팀 핵심 자원인 이강인을 비롯해 몇몇 어린 선수들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했고,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대든 이강인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손가락을 다쳤다.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요르단을 맞아 졸전을 펼친 한국 대표팀은 결국 4강에서 탈락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력 저하와 선수단 관리 실패 등 이유로 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됐다.
이강인은 앞서 두 차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머리를 숙였다.
지난달 14일 1차 사과문을 올린 이강인은 일주일 뒤에는 영국 런던으로 찾아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하고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재차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소방수로 투입된 황선홍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태국과 치를 3월 A매치 2연전 명단에 이강인의 이름을 올렸다.
황선홍 임시 감독은 국가대표 선발 제외 목소리도 나왔던 이강인을 두둔하며 “모든 팀 구성원의 문제다.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어 26일에는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벌인다.
이강인은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경기도 고양의 대표팀 숙소로 이동했으며, 20일 공식 훈련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심경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