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미국의 ‘콜럼버스의 날'(Columbus Day)을 두고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콜럼버스의 날 대신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을 기념하는 지역이 늘고 있는 가운데 원주민들은 상징적인 기념은 불충분하다는 불만을, 다른 한편에서는 오랜 전통의 기념일을 없애려 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콜럼버스의 날은 이탈리아 출신 탐험가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1492년 10월 12일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해왔다. 오랜 기간 주별 기념일로 삼다가 400주년인 1892년 한차례 국가 기념일로 선포됐고, 콜럼버스를 영웅시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의 적극적인 로비로 1937년대부터 정식 국경일이 됐다.
이후 1971년 연방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10월12일 대신 매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 콜럼버스의 날은 10월 14일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콜럼버스를 기리는 것이 서구의 미 대륙 식민지화와 원주민 학살·착취 등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1992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를 시작으로 점차 콜럼버스의 날과 같은 날을 원주민의 날로 기념하는 지역이 늘었다. 2021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원주민의 날을 기념하는 공식 포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주 절반 이상에서 콜럼버스의 날과 원주민의 날 모두를 공식 기념일로 삼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런 분열은 미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둘러싼 뿌리 깊은 긴장을 보여준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콜럼버스의 날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는 것이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유산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문화적인 기념행사를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주민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은 원주민의 날을 콜럼버스의 날과 같은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채 선언 등 상징적 차원에서 기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차별·빈곤·범죄 등 원주민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실질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 원주민 라운드밸리 부족 출신으로 원주민 권익 보호 변호사로 활동하는 게이브리얼 걸랜다는 원주민의 날이 “미국인들에게 우리 존재를 돌아보는 짧은 기회가 되지만 (원주민) 지역사회를 괴롭히는 법적·민권적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대선 후보들의 원주민 정책과 관련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선거 캠프 대변인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족 공동체와 직접 소통하는 주요 주의 조직가들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전국적인 부족 조직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측은 원주민 관련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