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주산기 우울증 진단 임산부 자살 위험 6배 높아”
출산 전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임산부는 1년 안에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치명적 결과를 막으려면 우울증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 상하이 퉁지대 칭선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2일 의학 저널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서 스웨덴 국가등록 데이터를 이용해 주산기 우울증 진단과 사망 간 관계를 1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우울증 진단을 받은 여성의 진단 후 1년간 자살 위험이 우울증 없는 여성의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드러나 주산기 우울증과 자살 위험 연관성은 가족 요인이나 기존 정신 질환 등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임산부 본인은 물론 가족, 의료전문가 모두 이런 심각한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 전후 임산부가 겪는 주산기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환 중 하나로 최대 20%의 임산부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001년과 2018년 스웨덴 국가등록 데이터를 사용해 주산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여성 8만6천551명과 우울증이 없는 86만5천510명을 대상으로 사망 원인 등을 18년간 추적 비교했다.
또 가족 요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주산기 우울증을 겪은 2만4천473명을 같은 기간 우울증을 겪지 않고 출산한 이들의 자매 24만6천113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18년간 주산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여성 중 사망자는 522명(1천인 년당 0.82명. 1인년은 1명을 1년 관찰한 값)이었고, 우울증을 겪지 않은 여성은 1천568명(1천인 년당 0.26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사망 확률이 전반적으로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자매간 사망률이나 기존 정신질환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의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도 비슷했다.
주산기 우울증과 관련된 사망 위험은 진단 후 첫해에 가장 높았다가 점차 감소했지만, 추적 기간 18년 내내 우울증이 없는 여성보다 높았다.
주산기 우울증 관련 사망 위험 증가는 자연적 요인에 의한 것(1천인 년당 0.36명)보다 비자연적 요인에 의한 것(1천인 년당 0.46명)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1천인 년당 0.23명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우울증을 겪은 여성이 자살할 위험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6.34배 높았고, 사고로 사망할 위험도 3배 높았다.
연구팀은 관찰연구인 이 연구는 우울증 전문 치료를 받은 여성만 포함한 점과 일부 자살이 사고로 잘못 분류됐을 가능성, 알려지지 않았거나 측정되지 않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등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임산부와 그 가족, 의료전문가는 정신과 병력과 관계 없이 주산기 우울증의 심각한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며 “치명적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산기 우울증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 : BMJ, Qing Shen et al., ‘Perinatal depression and risk of mortality: nationwide, register based study in Sweden’, https://www.bmj.com/content/384/bmj-2023-075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