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흔적이 남아 있는 도자기들 [Claire Lanaud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연구팀 “5천여년 전 중남미 무역로로 확산…유전적 다양성도 커져”
초콜릿, 술, 코코아 버터 등을 만드는 원료인 코코아콩을 생산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의 하나가 된 카카오나무는 5천여 년 전 원산지인 아마존 유역에서 무역로를 따라 중남미 지역 다른 문화권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국제개발농업연구센터(CIRAD) 클레어 라노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8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남미와 중미의 콜럼버스 이전 문화에서 발굴한 세라믹의 잔여물을 고고 유전체학적 및 생화학적 방법으로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신이 내린 음식’이라는 의미의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라는 학명을 가진 현대 카카오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 중 하나로 꼽힌다. 크리올로와 나시오날 계통을 포함해 11개의 유전자 그룹이 알려져 있다.
카카오나무는 아마존 상류 지역에서 처음 경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남미 전역의 다른 문화권으로 어떻게 확산해 재배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에콰도르, 콜롬비아, 페루, 멕시코, 벨리즈, 파나마 등 중남미 전역에 있는 콜럼버스 이전 19개 문화권에서 발굴된 5천900년 전부터 400여년 전에 생산된 도자기 352점의 잔류물들을 분석했다.
이들은 고대 카카오 DNA와 함께 현대 카카오나무인 테오브로마 카카오에 들어 있는 약한 각성제 성분인 테오브로민, 테오필린, 카페인 등의 존재 여부를 검사해 도자기에 고대 카카오 잔류물이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또 76개의 현대 테오브로마 카카오 샘플의 유전자 정보를 사용해 도자기에 남아있는 고대 카카오나무의 조상을 규명, 고대 카카오나무 종의 다양성이 어떻게 증가하고 확산했는지 밝혀냈다.
그 결과 고대 카카오나무는 적어도 5천년 전에 아마존 유역에서 경작되기 시작한 직후 태평양 연안을 따라 퍼지면서 광범위하게 재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재배된 카카오나무의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유전적으로 독특한 여러 종이 함께 재배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페루 아마존에서 유래한 카카오나무 유전자형은 에콰도르 발디비아 해안에도 존재했으며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의 유물에서도 발견됐다.
이는 각 문화권이 오랫동안 접촉하면서 카카오나무가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여러 문화권이 이를 재배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종이 교배됐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카카오가 원산지를 벗어나 광범위하게 재배된 데는 5천여 년 전 아마존과 태평양 연안 사이 문화권들의 상호작용이 큰 역할을 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카카오나무 사이에 유전자 혼합이 일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유전적 역사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현대 카카오 품종이 직면한 질병과 기후변화 등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 : Scientific Reports, Claire Lanaud et al., ‘A revisited history of cacao domestication in pre-Columbian times revealed by archaeogenomic approache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4-5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