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마지막 전화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1976년부터 110만 건의 목소리에 응답해온 국내 최초 전화상담 기관,
‘도움을 찾는 울음’에 24시간 응답하는 생명의전화의 50년을 담은 책
연간 1만 3,978명, 하루 평균 38.3명, 전년 대비 1,072명 증가.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속 자살 사망자 수치다. 2024년에는 연간 1만 4,439명,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잠정 통계가 발표되었다. 2011년부터 ‘자살예방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매년 발표되는 자살률의 추이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가 통계 자료 속 숫자에 점점 무뎌져간다는 사실이다.
차가운 숫자 안에 담긴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의 무게를 무겁게 인지하고,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응답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1976년에 개원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화상담 기관 생명의전화다. 첫날 217건으로 시작한 생명의전화는 현재 누적 상담 110만 건에 이르며 삶과 죽음의 양가감정에 있는 이들을 삶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생명의전화가 지금과 같이 24시간 전화상담 체계를 확립한 데는 하상훈 원장의 공이 크다.
《목소리 너머 사람》은 1988년 자원봉사 상담자로 시작해 37년간 생명의전화에서 일해온 저자가, 그동안 들었던 ‘목소리 너머의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리가 서로의 생명의전화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전하는 책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살예방의 상징물로 알려진 SOS생명의전화가 있다. 19개 한강 다리에 74대 설치된 이 전화에는 빨간색과 초록색, 두 개의 버튼이 위아래로 나란히 있다. 빨간색 버튼의 역할은 실질적 구조로, 누르면 119로 연결된다. 초록색 버튼의 역할은 정서적 구조로, 누르면 생명의전화 상담자와 바로 연결된다. 상담자는 1년 365일, 24시간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 상황에 대응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두 개의 버튼을 눈앞에 두고 수화기를 든 사람들은, 99.9퍼센트의 확률로 자살로 생명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초록색 버튼이 되어준다면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 《목소리 너머 사람》은 언제든 연결될 수 있다는 가장 가까운 희망을 담고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초록색 버튼이 되어준다면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 《목소리 너머 사람》은 언제든 연결될 수 있다는 가장 가까운 희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