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근절 활동가 팀 밸러드 실화 바탕…영웅화 논란도
“아동 성매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범죄예요. 하지만 누구도 이것에 대해 말하지 않아요. 점잖은 대화에서 거론하기엔 너무 불편한 진실이니까.”
인신매매 업자에게 납치된 소녀 로시오를 구하려는 팀(짐 커비즐 분)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간청하며 이렇게 말한다.
팀은 미국에서 아동 음란물을 소지·유통한 사람을 잡는 특별요원으로 12년간 일하다 얼마 전 직장을 관뒀다. 288명의 범죄자를 체포했지만, 피해 어린이는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혔다.
로시오의 남동생 미겔은 그가 처음으로 구해낸 아이다. 이제 막 8살이 된 미겔은 누나와 함께 납치됐다가 혼자 미국으로 팔려 와 ‘성노예’가 됐다. 그는 팀에게 누나를 구해달라 부탁하고, 팀은 곧장 추적에 들어간다.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데 감독이 연출한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팀이 로시오를 비롯한 인신매매 피해 아동을 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내용과 구조 면에서 한국 영화 ‘아저씨'(2010)나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2008) 같은 영화가 떠오르지만, 이 영화의 목적은 정의구현에 따른 쾌감을 안기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어쩌면 알면서도 눈감았던 아동 인신매매·성매매에 관한 실상을 스릴러의 외피를 빌려 폭로한다.
메시지에 주력한 작품인 만큼 영화에는 눈이 절로 질끈 감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납치되는 모습을 담은 도입부의 폐쇄회로(CC)TV 시퀀스는 공포감까지 느끼게 한다.
반항 한번 하지 못한 채 어른들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끌려가는 이들은 대부분 남미 등에 사는 아이들이다.
로시오와 미겔 남매도 온두라스에서 납치된 뒤 돈 몇 푼에 사고 팔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성폭력에 시달리고, 이 모습은 녹화돼 아동 포르노 사이트에서 거래된다.
몬테베르데 감독은 이런 일이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아동 인신매매와 성매매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팀의 대사와 관련 통계를 통해 보여 준다.
주인공 팀은 미국의 실존 인물인 팀 밸러드에서 따왔다. 그는 성매매 근절 비영리 단체 ‘O.U.R.'(Operation Underground Railroad)의 설립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그의 활약상은 상당 부분 허구다. 일례로 밸러드는 로시오를 구하기 위해 콜롬비아 반란군이 점령한 지역에 혈혈단신 들어간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밸러드를 지나치게 영웅화했다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성 비위 혐의로 O.U.R.에서 해임되고 극우 단체 큐어넌을 지지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큐어넌은 미국 민주당이 비밀리에 아동 성착취를 저지르고 있다는 음모론을 믿는 집단이다.
기독교 색채가 상당히 강한 이 영화는 제작비의 10배를 훌쩍 넘기는 2억5천만달러(3천33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딩 파트 원’을 제치고 한때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흥행 요인 중 하나로 “신앙에 뿌리를 둔 관객의 힘을 활용한 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류 보편적 가치를 메시지로 내세웠다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