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수다 떨고 돌발상황은 유머로…관객들 연설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장사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AI의 아버지’ 격인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은 유명 팝스타의 공연 못지않았다.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호텔의 블로라이브 극장 앞은 황 CEO의 기조연설 시작 3시간여 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행사장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참관객들의 장사진이 펼쳐졌다.
이들은 3천여 석 규모의 이 극장의 3층 좌석까지를 가득 채웠다. 이 자리를 사수하지 못한 2천여 명은 안뜰 형태의 야외에서 키노트를 지켜봤고, 한 층 위에 마련된 영상 상영 공간에도 약 1천 명이 모였다.
이들은 황 CEO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입장표 역할을 하는 목걸이형 비표를 손에 들고 무대를 배경으로 ‘셀카’ 사진을 담느라 바빴다.
엔비디아 GPU로 렌더링한 각종 게임 영상이 무대 뒤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관객들은 기침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약 1분 분량의 영상을 지켜봤다.
이어 황 CEO가 특유의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올라서자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한편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어 그의 등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황 CEO는 시종 인공지능(AI)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강조하듯 자신감 있는 태도로 연설을 이어가는 한편 중간중간 돌발 상황을 재치 있게 돌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발표 도중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일시적으로 꺼졌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시스템이 다 다운됐군요”라며 “라스베이거스라서 그런가요? 아마 밖에서 누군가가 잭팟을 터뜨린 모양입니다”라고 대응해 관객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날 공개한 차세대 슈퍼칩 ‘베라 루빈’의 노드를 직접 들어보이면서는 “와, 정말 무겁네요”라며 “이 일(발표)을 하려면 CEO의 체력이 좋아야겠습니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수랭(水冷) 시스템이 포함된 슈퍼컴퓨터가 2t 이상이나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보통은 2t 정도인데 오늘은 2.5t이나 나갑니다”라며 “배송할 때 (냉각용) 물을 빼는 걸 깜박했나 봐요”라고 유머를 잊지 않았다.
그는 “덕분에 캘리포니아에서 물을 많이 실어 왔습니다”라며 “(사막 지대인 라스베이거스에) 물이 필요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로봇이 AI의 미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소형 컴퓨터 ‘젯슨'(Jetson)을 탑재한 작은 로봇 2대를 무대 위로 불러내기까지 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월-E’를 닮았지만, 월-E와 달리 2족 보행 로봇인 이들이 등장하자 황 CEO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유명 로봇(드로이드)들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R2D2에게 너희가 여기 올 거라고 말했어? C3PO한테도 말했어?”라고 익살스럽게 로봇에게 물어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로봇들에게 그 자리에서 폴짝 뛰어보라고 주문하면서 “중력을 다룰 수 있니?”라고 묻고는 두 로봇이 뛰는 시늉을 하자 “얘가 뛰네요!”라고 감탄하는 듯하더니 이내 “이제 됐어. 허세 부리지 마”라고 로봇을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기조연설을 하나의 영화·드라마 같은 영상 쇼로 구성했다.
시작부터 마치 넷플릭스 영상의 도입부처럼 “본 프레젠테이션에는 빛에 민감한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빠른 점멸 효과가 포함돼 있다”고 경고문을 띄우는가 하면, 마지막 끝마칠 때도 이날 상영했던 영상들을 살짝 비틀어 ‘NG 영상’ 모음을 상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