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고든 예일대 교수 ‘성경의 세계사’ 출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 한 권의 책으로 ‘성경’을 꼽는 데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쇄되고 가장 많이 팔린 책, 가장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책인 성경은 탄생 이후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며 여러 문명에 영향을 미쳤고, 또 다양한 모습으로 영향을 받았다.
종교사학자인 브루스 고든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성경의 세계사'(원제 The Bible : A Global History)는 지난 2천년간 성경의 쉼 없는 여정을 기록한 ‘성경의 전기’다.
서기 367년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아타나시우스가 최초로 신약 27권의 목록을 제시한 후 한 권의 ‘정경'(正經)으로 묶이고, 각국으로 전파된 과정을 인상적인 인물이나 장면들과 함께 서술한다.
저자는 성경을 ‘이주자’에 비유한다.
터전을 옮긴 이주자들이 정착지의 문화와 부딪히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듯 성경도 대륙과 바다를 건너 그곳의 문화와 만나 다시 태어난다.
성경의 문화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로 저자는 19세기 조선에서 성경을 수용하는 과정을 제시했다.
불교, 유교, 무속신앙과 나란히 놓인 채 한글로 번역된 성경은 다양한 요소를 폭넓게 차용해 독특한 지역적 형태로 만들어졌다.
특히 미국 선교사 호러스 G. 언더우드(1859∼1916)와 동료들은 일상적인 대화체의 한국어로 성경을 번역하고자 했고, 이런 노력이 성공해 ‘예수 그리스도’라는 표기는 오늘날까지 그대로 사용된다고 저자는 전했다.
한국 전통 종교와 기독교가 영향을 주고받은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저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산속 기도원을 언급하며 산과 언덕이 불교 등에서 영적 은둔과 순례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믿음은 구약성경에서 신성한 장소로 등장하는 산들과 부합하고, 그래서 그리스도교와 전통적 영성이 강력하고 활발하게 뒤섞이는 결과를 낳았다.”(471쪽)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성경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번역의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곤 했다. 19세기 중국에서는 ‘하느님'(god) 번역을 놓고 ‘신'(神)과 ‘상제'(上帝)로 크게 의견이 갈렸고, 결국 두 개의 번역본이 나왔다.
그런가하면 모든 답을 성경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어 성경은 종종 두 가지 상반된 얼굴을 띠기도 한다. 19세기 미국에서는 노예제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노예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성경을 근거로 삼았다.
저자는 “성경의 형태는 시간을 가로질러 사람들의 욕구와 열망을 반영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했다”며 “성경의 역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자 되풀이되는 인류의 경이로운 분투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책과함께. 전경훈 옮김. 57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