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16강→U-23 아시안컵 4강→WC 3차 예선 진출…’기적 시리즈’
“8만여명의 인도네시아 팬이 제 이름을 연호할 때 짜릿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에 불과한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동남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진출하면서 또 한 번 ‘신태용 매직’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 승점 10을 확보하며 베트남(승점 6)을 제치고 F조 2위로 3차 예선 진출권을 따냈다.
그동안 월드컵 아시아 예선 방식은 조금씩 달랐는데, 인도네시아가 본선 진출이 결정되는 단계까지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2차 예선에 참가한 동남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3차 예선을 통과, 그동안 베트남에 내줬던 ‘동남아 최강’이라는 자부심까지 챙겼다.
‘인도네시아의 축구 기적’을 이끈 주인공이 신태용(53) 감독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신 감독이 2019년 12월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인도네시아 축구는 조직력과 결정력에서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는 올해 초 카타르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역대 첫 16강 진출의 대업을 달성하더니, 지난 4월 펼쳐진 2024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는 역대 처음 4강 진출의 기적을 맛봤다.
연거푸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신태용 감독은 마침내 인도네시아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진출이라는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3연속 기적 시리즈’를 경험한 인도네시아는 오는 27일 예정된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에 귀를 쫑긋하며 ‘역대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조심스럽게 키워가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3차 예선에 진출한 18개국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낮아 조 추첨에서 강적들과의 대결을 피할 수는 없다.
인도네시아 축구의 ‘기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신 감독은 1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잠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본선 조 추첨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 감독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2차 예선 최종전을 통해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돼 너무 기뻤다”라며 “경기장을 찾은 8만여 관중이 너무 좋아했고,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줘서 기분이 짜릿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축구를 변화시킨 원동력에 대해선 4년을 동고동락한 선수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꼽았다.
신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U-18, U-19 선수들을 데리고 훈련했다. 그 선수들이 계속 연령별 대표로 올라와서 A대표팀의 주축이 됐다”라며 “4년 가까이 함께 지내와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들 역시 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 서로 잘 이해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3차 예선 조 추첨을 앞둔 소감에 대해선 “사실 인도네시아의 FIFA 랭킹이 3차 예선에 진출한 18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라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선 요행을 바라야 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조 추첨을 통해 세 팀 정도만 해볼 만한 팀이 들어오면 3∼4위 정도까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그러면 4차 예선도 노려볼 수 있다. 플레이오프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같은 조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 일본, 이란 등 3개 팀 가운데 하나는 꼭 만나게 된다”라며 “그나마 한국에는 제가 장단점을 잘 아는 제자도 많이 있어 다른 팀보다는 나을 거 같다. 또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같은 조에 묶이면 흥행에서도 팬들의 주목을 더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