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링컨의 크리스마스 국무회의

미국 역사 전공자들이 말하는 역대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링컨입니다. 공화당 시조(始祖) 격인 에이브러햄 링컨(제16대 대통령, 1861년3월∼1865년4월 재임)은 숱한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미국이 연방국가로 지속할 기반을 닦고 노예해방을 이끌었기 때문이지요. 극장에서 연극을 보다가 암살당한 것조차 극적인 인물입니다.

링컨 연구자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있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은 훗날 대통령이 되어서도, 링컨에게서 얻은 영감과 통찰을 잊지 않았습니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은 정치인이 쓴 책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평전입니다. 책에는 1861년 10월 터진 트렌트호 사건이 나옵니다. 한 미군 대위가 연방정부 방침에 따라 해상을 봉쇄하던 중이었습니다. 남부연합(연방이탈세력) 측 사절 2명이 영국 선박 트렌트호에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대위는 그들을 체포하고 보스턴에 있던 요새에 감금합니다. 남북전쟁을 떠올려야 합니다. 미국이 온전히 하나 된 연방이 아니던 때이지요.

당장 영국은 국제법을 무시한 행위라고 규탄하고 나섰고 영미 간 갈등은 심화합니다. 외교에 어두웠던 링컨은 당시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에게 외교정책을 일임하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국무회의에서 수어드는 미군 대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남부연합 사절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링컨과 대다수 국무위원은 선뜻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로 국무회의가 미뤄진 이유입니다. 링컨은 자신이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를 가져올 테니 토론하자는 취지를 밝힙니다. 그런데 웬걸,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수어드의 뜻은 링컨의 침묵 속에 관철됩니다. 반대 토론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수어드의 말에 링컨은 답합니다. “나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논지를 찾을 수 없었소. 결국은 당신의 입장이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소.”(p.225)

링컨은 ‘어니스트 에이브'(Honest Abe. 정직한 에이브러햄)란 애칭을 가졌습니다. “일부 국민을 오래 속일 수 있고 전 국민을 잠시 속일 수도 있지만 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라는 신념이었던 것을 보면 괜한 별칭은 아닌 듯합니다. 그런 그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헌법은 절대 고쳐선 안 된다”고 했지만 수정헌법 제13조(노예제 폐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링컨의 거짓말이 그립습니다. 문장가이기도 했던 링컨은 한 국기 게양식에서 25초짜리 연설도 합니다. “내가 할 일은 국기 게양입니다. 게양대 장치에 결함이 없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후 내내 게양대에 국기를 잘 붙들어 두는 것은 국민 몫입니다. 이게 내 연설의 전부입니다.” 10문장 272개 말(word)로 미국 민주공화정을 해설한 2분 분량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오히려 매우 긴 편입니다. 국기를 잘 붙들어 둬야 한다는 링컨의 연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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