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많은 뉴저지서 11년 만에 미국 원정 평가전…홈 못지않은 열기
미국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준비 모드에 들어가는 첫 번째 모의고사에 나선 홍명보호가 안방을 방불케 하는 열띤 응원 속에 미국과의 원정 평가전을 완승으로 장식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6일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한국 축구는 2014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친선경기(0-2 한국 패) 이후 11년 7개월 만에 미국에서 남자 성인 대표팀 경기에 나섰다.
모처럼 미국에서 열리는 축구 대표팀의 경기가 교민이 많은 뉴저지 지역에서 열리면서 수많은 한국 팬이 현장을 찾아 서울월드컵경기장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2만5천석 규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엔 우리나라의 붉은 유니폼과 태극기가 말 그대로 물결을 이뤄 압도적인 응원전이 펼쳐졌다.
미국축구협회가 발표한 공식 관중 집계로는 2만6천500명이 들어찬 경기장엔 ‘환영 손흥민’ 등 태극전사들을 맞이하는 한글 응원 슬로건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2∼3시간 전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며 일정 차질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으나 시작 시간이 임박해서는 잦아들어 문제 없이 시작됐다.
양 팀 국가 연주 때는 미국 국기와 같은 크기의 큰 태극기가 관중석에 등장하기도 했고, 경기가 시작되자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 등 친숙한 응원가가 들려왔다.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다가 전반 18분 ‘캡틴’ 손흥민(LAFC)의 선제 결승골이 터졌을 때는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국 팬들의 환호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후에도 수문장 조현우(울산)의 잇단 선방과 이동경(김천)의 추가 골, 결정적인 슈팅이나 수비가 나올 땐 태극전사들을 향한 거대한 함성이 그라운드 위를 뒤덮었다.
경기가 한국의 2-0 완승으로 끝난 뒤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인사하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상당수 팬이 선수들의 인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태극전사와 함께했다.
손흥민 마킹 유니폼을 입고 뉴저지주 에지워터에서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송유진(7) 군은 “손흥민 선수가 좋아서 영국에도 경기를 보러 갔었는데 이제 미국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 처음 와 보는 국가대표 경기에 한국 사람이 많아 기쁘고,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어서 행복하다”며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에선 외신 기자가 한국 팬들의 응원 열기에 대해 언급하며 관련 질문을 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우리 팬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여기가 한국인지 뉴욕인지 모를 정도였다. 팬들이 즐겁게 경기를 보셨으면 좋겠다”면서 “지금처럼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더 좋은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소집 때마다 한 걸음씩 발전된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