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의혹 인정 안 한 채 “구체적 경위 알아보겠다”
외교부는 한국 정부를 대리해 불법적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에게 기고문을 요청했다는 미 검찰 공소장 내용과 관련해 “전문가 기고문 또는 칼럼 협조 요청은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공소장에 담긴 기고문 청탁 의혹이 사실인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경위는 알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공소장을 보면 지난해 3월 6일 테리는 한국 외교부 직원 전화를 받은 뒤 “해당 (한일관계) 주제와 관련된 기사가 이미 많이 있다”며 “그래서 내가 기고문을 쓰려면 다음과 같은 정보가 필요하다”라고 한일관계 관련 질문을 첨부했다.
이날은 한국 정부가 일본과 오랜 마찰을 빚던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우리 주도의 해법을 발표한 날이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재원을 활용해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다음날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는 테리가 공동 기고자로 이름을 올린 ‘한국이 일본과 화해를 위해 용감한 발걸음을 내딛는다'(South Korea takes a brave step toward reconciliation with Japan) 제하 글이 올라왔다.
테리는 같은 날 한국 외교부 직원에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Hope you liked the article)”고 문자를 보냈고, 같은 직원으로부터 “감사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또 다른 외교부 직원이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한국 신문에 실을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담겼다. 이 과정에선 한국 직원은 500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고, 테리는 기고문 작성에 동의한 것으로 적혀있다.
주요 외교 사안에 있어 해외 유력 학자를 대상으로 기고를 요청하는 일은 한국뿐 아니라 서방 상당수 국가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고문의 대가로 금전적 거래가 오간 사실은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수미 테리 사건과 관련해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