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차입금 약 8천억원 축소…현금성 자산 1년새 7조원↑
HBM 등 미국 빅테크발 사업 영향…시설투자비도 증가세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에도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 실적 성장에 힘입어 6개월 만에 8천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크게 개선했다.
아울러 미국 빅테크를 상대로 사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17일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21조8천4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조2천279억원)과 비교해 차입금 규모는 3조3천869억원이나 줄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3년 29조4천686억원이었던 차입금을 지난해 22조6천837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1년 동안 7조원에 가까운 돈을 상환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처럼 차입금 규모를 꾸준히 축소할 수 있었던 데는 HBM을 필두로 한 호실적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말 현금성 자산은 16조9천623억원으로 1년 전(9조6천880억원)보다 7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14조1천563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인공지능(AI) 메모리 판매 확대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며 현금 흐름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곳간은 채우고 빌린 자금은 빠르게 갚아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1∼2분기) 매출 39조8천711억원, 영업이익 16조6천53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HBM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올 한해 실적이 지난해 달성한 역대급 실적(매출 66조1천930억원·영업이익 23조4천673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몰려있는 미국에서 호실적을 낸 덕분이다.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24조7천493억원, 순이익 1천46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매출(12조1천878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 매출로 놓고 봐도 미국 사업의 성장세가 압도적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판매법인을 포함한 미국(미국 고객)에서 발생한 매출은 27조8천344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매출(약 339조원)의 69.8%에 달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중 미국 비중이 39∼53%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작년(63.4%)과 비교해도 6%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반면 중국 사업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8조6천6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 7조3천650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중국에서 SK하이닉스는 LPDDR, 낸드와 같은 모바일용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은 12조원에 가까운 매출 상승을 보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판매가 크게 늘어나며 빅테크 고객들이 모여 있는 미국향 매출액이 늘었다”고 말했다.
재원 확보와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미래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3조456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연구개발비(4조9천544억원)의 61.5%에 달했다.
시설투자비 역시 크게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시설투자비로 11조2천490억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작년 동기(5조9천67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HBM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회사가 캐파(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준용 SK하이닉스 HBM사업기획 부사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최종 사용자의 AI 수요는 매우 확고하고 강력하다”며 HBM 등 AI용 특수 메모리 칩 시장이 2030년까지 연간 30%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주 M15X,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캐파 확대를 위한 투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수요 가시성이 높고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하며, 투자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올해 투자는 기존의 계획 대비 증가시킬 계획”이라며 “이는 원활한 HBM 수요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