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와 4년 1천500만달러 계약…무한 생존 경쟁 눈앞
“김하성 조언 큰 힘…유틸리티 능력 키워 팀에 보탬 될 것”
WBC 출전엔 신중…”준비 안 된 상태로 나가는 건 팀과 국가에 결례”
“아내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아이 얼굴만 보고 바로 비행기에 올라야 할 것 같네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 무대 입성을 확정 지은 송성문(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송성문은 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행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에는 근력 운동, 오후에는 기술 훈련을 하고 저녁에는 영어 학원을 다니며 ‘야구 인생의 2막’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인 2세 탄생도 눈앞에 뒀다.
곧 태어날 딸을 기다리는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만큼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큰일”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그는 출산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
이달 중순이 ‘아빠 예정일’인 송성문은 “원래 더 빨리 출국해야 했지만, 출산은 꼭 보고 가고 싶어서 구단에 양해를 구해 24∼25일쯤으로 (출국) 일정을 잡았다”며 “조리원도 못 가고, 생이별해야 해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지난 시즌 타율 0.315, 26홈런, 90타점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골든글러브도 품에 안은 송성문은 이제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히어로즈 선후배’가 기다리는 미국으로 향한다.
샌디에이고와 4년 총액 1천500만달러(약 220억원)에 계약한 송성문은 비상한 비결로 ‘절박함’을 꼽았다.
결혼도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한 일이었지만, “서른을 앞두고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컸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이제 샌디에이고의 ‘루키’로 치열한 주전 경쟁을 예고한 송성문과의 일문일답이다.
— 출국 전 준비로 바쁠 텐데 어떻게 지내나.
▲ 오전엔 근력 운동, 오후엔 기술 훈련을 하고 운동 끝나면 영어 학원에 다닌다. 아내 출산 준비도 거의 마쳤다. 다만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바로 미국으로 가야 해서 조리원에는 같이 못 간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야구선수로서 인생 마지막 도전 시기라 아내도 많이 지지해줬다.
— 야구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3학년 때 야구부가 있는 봉천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아버지와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캐치볼을 하다가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전학을 가게 됐다.
— 처음부터 내야수였나.
▲ 아니다. 야구를 시작하고 딱 1년은 외야수를 봤다. 그때는 공을 제대로 못 잡을 시절이라 내야를 시킬 수가 없었다.(웃음) 보통 처음 시작하면 다 외야수로 시작하지 않나. 그러다 봉천초 야구부 인원이 너무 없어서 부모님이 리틀야구단을 알아보셨고 용산구 리틀야구단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 아들이 메이저리거가 됐으니 아버지가 무척 기뻐하셨을 것 같다.
▲ 같이 살고 있지는 않아서 전화로 간단하게 축하한다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다.
— 야구대표팀 사이판 훈련 캠프는 합류할 수 있나.
▲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의견은 전달했지만, 아직 답을 못 받았다. 상황상 가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KBO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 지난 2년간 기량이 급성장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마음가짐의 변화가 가장 컸다. 나이 서른을 앞두고 ‘이제는 팀에서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 보는 걸 원하는 선수는 없지 않나. 그게 두려웠다. ‘이제 주전 못 하겠다’는 위기감이 저를 바꿨고, 결혼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도 얻으면서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하루하루 버티며 희망을 품었던 게 결과로 나온 것 같다.
— 메이저리그 도전을 구체적으로 결심한 시점은.
▲ 작년 8월이다. 그전까지는 ‘시즌 끝나고 포스팅 신청이나 해보자’ 정도였는데, 8월 리그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받고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과 다년 계약 등 좋은 일이 많았다. 이후 성적이 더 좋아지면서 ‘진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 샌디에이고를 선택한 이유는.
▲ 샌디에이고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팀인데도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와 줬고, 계약 조건(4년 차 선수 옵션, 5년 차 상호 옵션 등)에서도 선수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서 마음이 갔다. A.J. 프렐러 단장님과 미팅했는데 인터뷰하듯 질문을 쏟아내더라. 지난 2년간 어떤 변화를 줬는지 깊이 있게 물어봐 줘서 놀랐다.
— 김하성과는 미국에서 연락했나.
▲ 밥을 한번 먹었다. 하성이 형이 ‘가서 내 이름을 많이 팔아라. 그러면 동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을 거다’라고 조언해 줬다. 사실 예전에는 하성이 형이 워낙 스타라 좀 어려워했는데, 이번에 조언도 많이 해주고 챙겨줘서 고마웠다.
— 예전 히어로즈 시절 김하성과 관계는 어땠나.
▲ 사실 하성이 형은 그때도 1군 붙박이 주전 스타였고, 나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입지가 좁은 선수였다. 그래서 형이 잘 챙겨줘도 내가 괜히 어려워해서 거리감이 좀 있었다. 장난도 많이 못 쳤는데, 이제 가서 많이 배우고 더 가까워지고 싶다.
— 크레이그 스태먼 감독이 외야수 기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 초등학교 3학년 때 잠깐 해본 것 말고는 외야 경험은 아예 없다. 하지만 유틸리티 능력을 갖추면 선수 가치가 올라가고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이니 긍정적이다. 내야든 외야든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기술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해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에 대한 생각은.
▲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조심스럽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주 포지션인 3루 외에 2루수나 외야수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팀과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나가는 건, 저를 믿고 기용해야 하는 소속팀(샌디에이고)과 대표팀 모두에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작년 8월 고척 경기에서 코디 폰세를 상대로 스카우트 앞에서 홈런을 쳤던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 그렇다. 팀은 지고 있었지만, 그 홈런을 친 순간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후회 없이 보여줬다는 느낌이었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키움 팬분들께는 제가 매년 잘했던 선수도 아니고, 이제 막 2년 잘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한 마음도 있다. 그런데도 제 꿈을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남아있는 키움 선수들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올해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샌디에이고 팬들에게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우리 팀이라서 다행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