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적응 위해 ‘제논 치료’와 저산소 훈련 활용
영국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전직 육군 출신 4명이 ‘런던에서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사상 최단 시간 등정 기록을 수립하며 전 세계 산악계를 놀라게 했다.
에베레스트 전문 원정업체 ‘푸르텐바흐 어드벤처(Furtenbach Adventures)’의 루카스 푸르텐바흐 대표는 지난 21일 오전 7시 15분(현지시간), 영국군 참전용사 4명이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 성공적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등정에 성공한 이는 ▲가스 밀러 소령 ▲앨리스터 스콧 칸스 대령 ▲앤서니 제임스 스타지커 ▲케빈 프랜시스 갓링턴 등이다.
이번 원정은 ‘7일 만에 에베레스트(Everest in Just 7 Days)’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이들은 16일 오후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해, 17일 정오에는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했고, 20일 밤 10시 30분 정상 등반을 시작해 약 9시간 만에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
등정에는 사진작가 산드로(본명 알렉산더 그로멘 헤이스)와 함께, 현지 셰르파 가이드 5인(파상 텐디 셰르파, 펨바 린지 셰르파, 겔루 셰르파, 니마 누루 셰르파, 푸 도르지 셰르파)도 동행해 함께 정상에 도달했다.
특히 이번 원정대의 리더인 가스 밀러 소령은 에베레스트와 K2 등 8,000m급 고봉 등반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산악인으로, 과거에도 런던 출발 후 21일 만에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등반에 참여한 칸스 대령은 현직 영국 국방부 ‘참전용사 및 인사정책 담당 장관’으로, 지난 2024년 신년 훈장 수여식에서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공로로 DSO(우수 훈장)을 수훈했다. 스타지커는 특수부대에서 13년간 복무한 후, 고성능 아웃도어 브랜드 ‘ThruDark’를 공동 창업한 기업인이며, 갓링턴은 16세에 왕립공병대로 입대한 후 세계 곳곳에서 작전을 수행한 특수부대 출신이다.
이들은 사전 고산 적응을 위해 독일의 전문 클리닉에서 ‘제논(Xenon) 가스 치료’와 저산소 텐트 훈련을 진행했다. 루카스 대표는 “제논 치료는 고산병 예방과 신체 보호 효과가 탁월하며, 짧은 원정 기간은 쓰레기와 자원 소모를 줄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논 치료와 인공 고산 적응이 윤리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루카스는 “네팔에서는 제논을 사용하지 않았고, 산에서의 산소 사용 없이 무리하게 등반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이번 방식은 오히려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현지 셰르파들에게도 정당한 임금을 제공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들의 등정은 단순히 기록 수립이 아닌,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 다시 한 번 인류의 한계를 넘는 도전이었다”며 “이 등반은 전 세계 참전용사와 고난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