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한민국 재외선거가 열린 날, 애틀랜타 한인회관을 찾은 많은 동포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바래진 간판,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관리되지 않은 시설물까지… 한때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자부심이었던 한인회관은 사실상 ‘폐허’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이 회관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동포들의 땀과 정성, 그리고 한푼두푼 모은 후원금으로 되살려낸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그런 공간이 이처럼 초라한 몰골로 방치된 현실은, 그 과정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더욱 참담하게 다가왔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김 모(67세)씨는 “주차장은 풀밭이었고, 건물은 관리가 전혀 안 된 채 낡고 어수선했다”고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인회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이민 1세대의 눈물겨운 노력, 2세대의 뿌리교육, 세대를 잇는 만남과 화합의 역사가 담긴 공동체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 이 공간이 외면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지난 한인회 운영도 문제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은 끊긴 지 오래이며, 주요 민원과 긴급 사안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보여주기식 행사와 명예직 남발, 특정 인물 중심의 운영 등으로 인해 동포들의 실망과 분노는 커져만 갔다.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오히려 동포들로부터 외면받는 아이러니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 17일 주님의 영광교회에서 열린 ‘애틀랜타 한인회 비상 임시총회’를 계기로, 동포사회의 강한 문제의식이 분출되었고, ‘애틀랜타한인회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들은 신뢰를 잃은 기존 리더십을 정리하고, 새로운 회장단 선출에 뜻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2일, 동포들의 손으로 제36대 박은석 회장이 선출됐고, 이미셸 수석부회장도 함께 임명됐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이들은 “신뢰받는 한인회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대위는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며 공식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을 선언했다. 김백규 위원장은 “함께해주신 모든 동포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지금의 변화는 단지 회장단의 이름이 바뀐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고, 멀어진 공동체의 거리를 좁히려는 동포사회의 의지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름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회관의 담장을 다시 세우고, 소통의 끈을 잇는 일은 앞으로의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회관이 특정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동포의 품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공동체의 회복은 제도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애틀랜타 한인회는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이 질문의 답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윤수영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