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순자 씨와 첫 한국 방문…”포기하지 않는 내 성격, 아들이 닮아”
“제 나이가 50세가 넘었는데 한국에 오니 다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드네요. 이 나이에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요. 젊어진 느낌이라 특별하고 좋아요.”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53·한국명 이균)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요리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준우승하며 한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이후 한국 방송가와 유통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태평양을 가로지르며 한국과 미국에 오가는 중이다.
지난 16일 한국이미지상 시상식 참가 차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을 찾은 에드워드 리는 “행사하고, 협업하고, 다음 달에는 tvN 새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너무너무 바쁘다”며 익살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바쁜 스케줄이지만, 마음은 즐겁다.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서 매일 같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리는 “(지난 50여년 간) 늘 한국인이고 싶었는데 점점 미국인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며 “한국에 오면 지하철에도, 길에도 한국인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되는데 그게 미국과는 달라서 저한테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정석 코스를 밟은 이는 아니다.
명문고인 뉴욕 브롱크스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다가 돌연 요리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서 셰프가 되는 방법은 요리학교에 다니고, 유명한 셰프 아래서 일하다가 멋진 식당을 열어서 ‘오너 셰프’가 되는 것”이라며 “저는 요리학교에 다닌 적도 없고, 유명 셰프 아래서 배우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요리를 배우고서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뉴욕에 자그마한 식당을 열었다.
에드워드 리는 “대출을 받아서 레스토랑을 열었고, 약 3년에 걸쳐 이를 겨우 다 갚은 시점에 9·11 테러가 일어났다. 뉴욕 자체가 폐쇄된 분위기였고, 제 지인들도 희생돼 결국 식당 문을 닫았다”며 이를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꼽았다.
이후 켄터키주 루이빌로 내려가 식당을 운영하며 미국 남부 음식에 한식을 결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등 요리 예능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2023년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 국빈만찬의 게스트 셰프로 초청되기도 했다.
이처럼 독특하게 밟아온 길에 대해 에드워드 리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엄마를 닮아서인지 고집이 세다”며 “더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정한 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처럼 한식과 미국 음식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은 “미국 요리사”라고 잘라 말하며 “비빔냉면 등 한식을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한식에 평생을 바친 대가들 앞에서 제가 한식을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신 저는 한국 식재료를 혁신적으로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간장·고추장·된장 등 장에 대한 지대한 관심도 드러내며 “수세대에 걸쳐 계승되는 장 문화가 있지 않으냐. 한식을 먹으면 한국의 역사가 느껴진다”라고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어머니 이순자 씨도 동석했다. 모자가 함께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하늘 위에 붕 떠 있는 느낌”이라며 “‘흑백요리사’에 나온 것은 알았지만, 한국에 가자길래 따라왔는데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한테)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아들이 자신의 뚝심을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요리사가 된다고 했을 때도 펄펄 뛰고 반대하지 않았다. 제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인데, 아들도 그것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기특한 마음을 드러냈다.
에드워드 리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했다”면서도 “어른이 되면서 음식을 매개체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음식은 에드워드 리를 가족과 이어주는 끈이자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저는 아름다운 음식이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요리하지 않아요. 마치 화가가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할 때 물감이 필요한 것처럼 저한테는 음식이 그런 존재이죠. 진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요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