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주장의 역할 클 수도…공격은 창의적으로, 수비는 규율적으로”
“저보다 주장의 역할이 굉장히 클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가졌던 무게감은 감독으로서 내가 나눠지겠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하루 앞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9월 A매치 2연전은 홍 감독에게 10년 만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 무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작성하며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홍 감독은 조별리그서 탈락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로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 중국 리그와 K리그에서 감독으로 일하며 축구 현장을 떠나지 않던 그는 지난 7월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그리고 본선 16강 이상의 성적이 기대되는 홍명보호에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의 손흥민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10년 전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역대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섰다.
그때나 지금이나, 늘 ‘원팀’과 ‘응집력’을 강조하는 홍 감독이 자신을 뛰어넘는 ‘거물’이 된 손흥민, 그리고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르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스타’들을 잘 지도할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감독은 “나보다 주장의 역할이 굉장히 클 수 있다”면서 손흥민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앞으로 손 선수 역할이, 시작점부터 끝나는 때까지,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역할을 해줄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짊어졌던 리더로서의 부담을 자신이 나눠서 지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불필요하게 가졌던 무게감, 이건 나 역시 대표팀 역할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감독으로서 나눠 질 거는 나눠서 지고, (손흥민은) 개인의 컨디션적인 측면도 마찬가지고, 좀 더 가벼운, 불필요한 책임감에서 벗어나서 본인의, 팀 안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의성과 규율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공격은 창의적으로, 디펜스(수비)는 규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홍 감독은 답했다.
최근 대표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해온 이강인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동료들과의 조화’를 고려해 계속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공격 루트에 있어서 이강인의 공격적인 능력이 두드러진다. 반대쪽(왼쪽)의 우리 손흥민 선수도 있고, 가운데 스트라이커, 미드필더들도 있다”면서 “(3차 예선에서는) 좀 더 어려운 상대를 만난다. 좀 더 효율적으로, 완성도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96위)은 한국(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73계단이나 낮은 약체다.
그렇다고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전열 곳곳에 유럽에서 축구를 배운 귀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홍 감독은 “상대 팀 두 스트라이커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위협적이다. 조직적인 면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상대가 공격적인 만큼, 허점도 있다. 우리 선수들이 경험이 있고 능력이 있는 만큼, 득점할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3차 예선은 사실상 ‘최종 예선’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첫판인 팔레스타인전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다.
또 “첫 경기인 만큼 팬들이 기대가 있을 거다. 많은 득점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겠지만, 승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