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아픈 건 아니잖아요. 선수들 모두가 부상 하나쯤은 항상 있거든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싱가포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 후반에 한국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이 4-0으로 앞서던 후반 중반 싱가포르 선수가 한국 축구의 ‘보물’인 손흥민의 오른 다리를 걷어찬 것.
손흥민은 고통스러워하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4천여 팬들은 숨을 죽였다.
손흥민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런데 교체 없이 풀타임을 뛰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나도 순간적으로 화가 많이 났다”면서도 “통증을 참거나 관리하면서 뛰는 것도 선수의 몫”이라는 말로 손흥민을 계속 뛰게 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뒤 공통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도 클린스만 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는 건 엄청난 거다. 내가 꿈꾸던 무대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가는 과정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나 하나 아프다고 해서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말 못 뛰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뛸 수 있다면 언제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한국의 3번째 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대승’으로 향하는 징검다리를 놓은 가운데 한국은 5-0으로 경기를 마쳤다.
손흥민은 “그 위치에서는 항상 자신감이 크다”면서 “슈팅을 때리고 나서 공 궤적을 보니, 또 파워와 속도 이런 것들을 보니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골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득점 상황을 돌아봤다.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수험생들에 대한 덕담도 손흥민은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정말 고생했고, 앞으로의 꿈들을 응원하겠다”면서 “겁먹지 마시고, 부딪치고 실수하면서 사회와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우시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