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광장’서 조직폭력배 출신 역…”원작 캐릭터 닮아가려 노력”
“아내가 고생한 걸 먼저 봐줘…다음엔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차가운 인상에 날렵한 외모, 압도적인 카리스마 뒤에 어렴풋이 느껴지는 쓸쓸함.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웹툰 ‘광장’의 주인공 남기준은 한창 작품이 연재되던 시절부터 배우 소지섭과 잘 어울린다는 독자들의 의견이 있었다.
그렇게 소지섭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완결된 지 4년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탄생한 ‘광장’에서 기대에 버금가는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난도 있는 액션과 감정 표현을 함께 소화해낸 소지섭의 연기는 고른 호평을 받고 있다. 무자비하고 냉철한 액션 연기에 ‘K-존 윅’이란 별명도 붙었다.
시리즈 공개를 기념해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장르로 오랜만에 인사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고,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와 함께 작업한 건 처음이어서 반응이 어떤지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며 “궁금한 마음에 열심히 반응을 찾아보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광장’은 과거 조직폭력배 세계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은퇴한 남기준이 동생 남기석(이준혁 분)이 살해당하자 돌아와 피의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다.
소지섭은 “원작 팬들이 남기준 역에 저를 거론해주셨다는 얘기는 제가 작품을 선택한 후에 처음 들었다”며 “감독님께서 제게 가장 먼저 캐스팅 제의를 하신 거로 아는데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연하기로 결정하고서 원작을 읽었다”며 “(대본이)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큰 그림 자체는 비슷하게 가져가려 했다. 원작 속 남기준을 닮아가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고 했다.
“남기준은 복수를 위해 직진하고, 멈추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친구가 가진 분위기와 눈빛, 이런 것들을 마음속에 넣고 연기하려 했습니다.”
야구방망이 하나로 수십명의 조직폭력배를 때려눕히고, 칼에 찔리고 총상을 입었는데도 쓰러지지 않는 마치 불사신 같은 캐릭터를 맡은 만큼, 소지섭은 남기준이 가진 에너지를 화면 너머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는 “남기준은 멈추기는 할지언정, 절대 후퇴하지 않는 캐릭터”라며 “연기할 때도 타격을 받으면 밀려나기는 하지만, 결코 뒤로 피하지는 않는다. 이런 식으로 남기준의 성격을 액션에도 녹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생을 위해 복수하는 모습이 멋있는 동시에 처절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길 바랐다”며 “그래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눈에 깊이감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액션 장면으로는 극 중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나온 정인석과 맞붙는 4회 후반부를 꼽았다. 정인석 역할은 실제 이종격투기 챔피언인 김태인 선수가 연기했다.
소지섭은 “저도 평소 권투를 해서 몸에 손을 대보면 대충 감이 잡히는데, 김태인 선수와 다투는 장면에선 ‘잘못하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온몸이 무기처럼 느껴져서 단순히 액션 합을 맞추는 것과 달랐다”고 떠올렸다.
2020년 아나운서 출신 조은정과 결혼한 그는 “아내는 작품보다 제가 고생한 것에 더 집중해서 본 것 같다”고 했다.
‘광장’은 소지섭이 영화 ‘회사원'(2012) 이후 13년 만에 출연하는 정통 누아르 액션물이자,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도전작이다.
소지섭은 “나이 먹고 액션을 찍으려니 몸이 머리보다 반 박자씩 느린 게 느껴졌다”며 “그래도 아직은 좀 몸이 쓸 만하다고 느꼈다”고 웃음 지었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제가 가장 잘하는 장르는 누아르라고 생각해요. 별 대사 없이 몸을 쓰고, 눈빛으로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이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광장’은 공개 3일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시청수 2위를 차지했다.
소지섭은 “한국 누아르는 해외 누아르와는 다른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에선 총을 많이 쓰는데, ‘광장’은 주먹으로 싸우기 때문에 그 거리감과 타격감이 다르다. 가까운 거리에서 액션이 펼쳐져서 더 큰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다”고 했다.
기회만 된다면 그는 다음에도 기꺼이 누아르를 선택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계속 작품을 보고 있는데, 새로운 걸 해야 할지, 아니면 잘 할 수 있는 걸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누아르나 액션이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멜로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해요. 로코(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못 할 것 같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