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 앞두고 시장 선점전 본격화
규제 완화로 ‘임상 3상 건너뛰기’ 논의 확산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계가 개발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 3상 면제를 검토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임상을 그대로 진행할지, 철회하고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릴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돼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MSD(머크)가 개발한 키트루다는 2028년 한국에서 물질 특허가 만료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2029년, 2031년 만료 예정이다.
이 약은 체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단백질 결합을 차단해 면역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항암제다. 폐암, 흑색종 등 다양한 암종에서의 단독 및 병용요법으로 쓰이며 지난해 연간 제품 매출은 295억달러(약 43조원)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매출 1위를 거머쥐었다.
키트루다 특허 만료와 맞물려 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규제 당국은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약동학, 약력학 분석 자료를 중심으로 한 간소화된 평가를 품목허가에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는 사실상 필수로 여겨졌던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비교 효능 연구(임상 3상)를 완화 또는 면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임상 3상은 임상 과정 중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단계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바이오 업계의 개발 전략도 양분화됐다.
스위스 산도스는 4월 규제 간소화 가능성을 이유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임상 진행을 중단하고 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독일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 포미콘도 2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3상 유지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중단했다.
이들 기업은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임상 3상의 부담을 덜고 초기 임상 결과만으로 허가를 추진, 빠른 시장 진입을 우선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068270] 등 국내 기업은 비교 임상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는 추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최근 가장 먼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마쳤다. 회사는 내년 9월 임상시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3상 전략을 유지하는 이유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비교 임상이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자료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항암제는 의료진의 보수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로 풍부한 데이터를 통한 신뢰 확보가 시장 진입의 중요한 선결 조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상 3상 요건에 대한 완화가 아직 최종 확정된 규정이 아니라는 점도 임상을 유지하는 주요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2개 전략이 모두 각각의 장점과 위험 요소를 갖췄다고 본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퍼스트 무버'(최초 출시자) 지위 확보가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 완화는 낮은 개발 비용으로 시장에 조기 진입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빠른 시장 선점과 원가 경쟁력을 통한 공공 입찰, 보험사 협상에서의 유리한 위치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임상 3상을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 당장의 비용 부담이 늘고 시장 진입도 경쟁사보다 늦어질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임상 3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효능과 안전성 확보라는 ‘정공법’이 항암제 시장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임상 3상 규제 완화는 분명한 트렌드”라면서도 “항암제 바이오시밀러는 임상의학적 동등성 증명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임상 3상 기반의 신뢰성과 데이터 완성도가 처방 결정의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