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가족 상봉 결실…문화 체험, 연고지 방문 통해 정체성 되새겨
17년간 300여 명 참여…향후 참가인원 확대·커뮤니티 센터 확충 계획
해외입양인들의 뿌리 찾기와 정체성 회복을 돕는 ‘2025 가족 찾기 모국 방문 프로그램’이 27일 막을 내렸다.
해외입양인연대(사무총장 김성미) 주최로 지난 6월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된 올해 행사는 미국, 덴마크,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지에서 30명의 입양인이 모국을 찾아 가족 상봉과 문화 체험, 연고지 방문을 통해 정체성을 되새겼다. 또 한국 사회에는 입양의 역사와 책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모국 방문에서 4명의 입양인은 극적인 가족 상봉도 이뤘다.
프랑스로 입양된 안성진 씨는 통영에서 이복형제와 만나 “이제야 내 이야기가 완성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출신 조은영 씨는 DNA 검사를 통해 친부와 관계를 확인하고 서울에서 재회했다.
미국에서 온 신기수 씨는 경제적 지원 덕분에 대구에서 가족과 상봉할 수 있었다. 선천적 기형으로 입양됐던 김현국 씨는 친모와 여동생을 만나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느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 상봉은 기록 관리, DNA 검증, 민간단체 지원, 지방자치단체 협력이 어우러질 때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상봉 이후 관계 유지가 더 큰 과제라며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 속에서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친가족을 찾을 확률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모국방문단 선발 경쟁도 치열해 평균 3대 1 수준이다. 가족을 찾지 못한 입양인에게는 절망이 뒤따르지만, 김성미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은 “도전 자체가 의미 있는 출발”이라면서 “이들에게 상담과 정서 지원을 지속하고, 모국과의 연결을 통해 고립되지 않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입양기록이 입양기관에서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되는 첫 시점과 맞물려 의미를 더했다. 참가자들은 새로운 기록 확인 절차가 가족 찾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미드호텔에서 열린 모국방문단 환송 만찬에는 해외입양인, 상봉 가족, 자원봉사자, 정부·민간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유재훈 해외입양인연대 고문(예금보험공사 사장)은 “해외입양인은 현재와 미래 한국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며 정체성 회복, 생활 지원,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백선희 국회의원(조국혁신당)은 “이번 모국 방문은 뿌리를 확인하고 마음을 잇는 여정”이라며 “모국이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명애 아동권리보장원 본부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입양인이 고국과 연결될 수 있는 다리로 이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도 맞춤형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해외입양인연대(GOAL)와 아동권리보장원이 2008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운영해왔다. 단순한 모국 방문이 아니라 입양기록 확인, 연고지 탐방, 가족 찾기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7년 동안 300여 명이 참여했고, 일부는 극적인 가족 상봉에 성공했으며,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도 한국 사회와 연결되며 소속감을 얻었다.
김성미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은 “앞으로 참가 인원 확대, DNA 데이터베이스 확충, 국제 협력 강화, 입양기록 관리와 접근성 개선, 심리·정서 지원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해외입양인들의 구심점이 될 커뮤니티 센터를 건립해 장기적인 연대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