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트럼프, 잇단 벌금 폭탄 판결에 재정위기 직면

1월 1천억원대 명예훼손 위자료 결정 이어 4천억원대 벌금 판결

항소해도 거액 지급보증비 예치해야…”엄청난 재정적 타격”

미국 뉴욕법원이 1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자산을 허위로 부풀려 신고해 부당이득을 올린 점이 인정된다며 총 4천여억원의 벌금을 물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정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민·형사 소송에 얽혀 있어 결과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벌금·배상금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P 통신 등 미 매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현금 또는 현금등가물은 가장 최근 연간 재무제표인 2021년 6월 말 기준 2억9천400만달러(약 3천900억원)에 달한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및 트럼프 그룹이 관련된 사기대출 의혹 재판 선고공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총 3억6천400만 달러(약 4천800억원)의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아들에게 부과된 벌금 약 800만 달러와 ‘트럼프의 회계사’로 불렸던 앨런 와이셀버그에게 부과된 벌금 약 100만달러가 포함된 액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소할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에 일정 비율을 더한 금액을 법원에 예치해야 한다.

예치금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예치금을 법원에 맡기는 대신 보증회사에 기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경우도 보증회사에 손해배상 판결액의 최대 5%를 수수료로 줘야 한다. 되돌려 받을 수 없는 보증 수수료만 약 1천800만달러(240억원)에 달하게 된다. 나아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유지되면 지연이자까지 가산돼 벌금액은 더 크게 불어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과 관련해 직면한 재정적 위험은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천330만 달러(약 1천100억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 두 재판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4억3천830만달러(약 5천80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성범죄 피해 민사소송의 2심 재판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성범죄 피해 민사소송 1심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에게 500만달러(66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항소를 진행하기 위해 평결 금액의 111%에 해당하는 550만달러를 법원에 예치했다.

앞서 미 NBC 뉴스는 법률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정적 쓰나미’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담당했던 크리스 마테이 변호사는 잇따른 배상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엄청난 재정적 타격이 될 것이다. (그의 자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디훅 총기참사 관련 음모론자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대표해 1조원대 배상명령을 받아낸 마테이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용도로 자산을 빼돌리는 것을 검찰이 감시할 것이기 때문에 그가 현금 마련을 위해 자산을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에서 결정된 벌금액이 3억달러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벌금액을 모두 납부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가 보유한 각종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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