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미국을 위한 행정국’ AHA 신설…CDC예산 축소, 만성질환센터 폐지
‘CDC 자문위원 전원 해임’ 비판도 잇따라…”미국인들 전염병 위험 노출”
미국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공중보건 담당 기관인 ‘건강한 미국을 위한 행정국'(AHA)을 신설하고, 대대적인 조직 통폐합을 추진한다.
또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도 대폭 삭감한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 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6억 달러 규모의 AHA 예산안을 미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CBS가 10일 보도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92억 달러이던 CDC 예산은 2026 회계연도에 42억 달러로 줄어든다. CDC의 만성질환센터를 폐지하고 이곳에 투입되는 예산을 비롯해 1차 진료, 정신건강, 환경건강 프로그램 예산이 삭감 대상이다.
삭감되는 예산 5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는 AHA로 이전된다. 1차 진료, 정신건강, 환경건강 등의 역할도 함께 이관된다.
만성질환 예방의 경우 CDC가 했던 것처럼 암, 당뇨병, 심장병 등 개별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AHA가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만성질환을 원천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예산 삭감은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DC 예산은 각 주(州)와 지역 보건당국에 분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렇게 분배된 예산은 45억 달러였다.
리처드 프랭크 브루킹스 연구소 건강정책센터 소장은 CBS에 “CDC는 수년에 걸쳐 많은 인적자본을 길러냈다”며 이번 예산 삭감으로 질병 대응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들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산안은 또 국립보건원(NIH) 예산을 약 40% 삭감하는 동시에 약물남용·정신건강 등을 담당하는 기관들도 해산하는 내용을 담았다.
에밀리 힐리어드 보건부 공보비서는 성명에서 “예산안은 의료비 지출을 지속 가능한 재정 경로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반영하고,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걸었던 선거 구호다.
힐리어드 공보비서는 “미국은 매년 의료비로 4조5천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장 ‘병든 선진국’으로 남아 있으며, 이로 인해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심장학회와 미국간호대학협회를 포함한 약 70개 기관은 예산안 초안이 알려졌던 지난달 중순 상·하원 세출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CDC 만성질환센터 폐지 등에 반대하면서 “모든 수준의 공중보건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CDC의 글로벌 보건 센터를 없애고 관련 분야의 예산도 7억1천100만 달러에서 2억3천900만 달러로 삭감하는 내용도 예산안에 담겼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와 함께 이뤄지는 조치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을 위한 예산도 삭감된다.
한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 17명을 전원 해임한 것을 두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인들을 전염병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ACIP는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백신의 접종 권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며, CDC 국장이 이를 최종 승인한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오랜 ‘백신 회의론자’다.
이와 관련,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백신 전문가 패널 전체를 쓸어낸다고 해서 (백신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 큰 문제는 이념이 증거보다, 정치가 공중 보건보다 중요하다는 소름 끼치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