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스튜디오지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손현주·김명민 ‘연기 대결’…”OTT로 못 봐서 아쉽다”는 반응도
“처음부터 사악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사악하게, 더욱더 악랄하게. 그 사악함이 흔들리면 모든 게 무너져.”
흔들리는 송판호(손현주 분)에게 친구이자 국회의원인 정이화(최무성)는 더 사악하고 악랄해지라고 권한다. 그 말처럼 판호는 두려움 때문에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점점 악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든다.
이달 12일 방송을 시작한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유어 아너’는 존경받는 부장판사 송판호의 아들이 범죄조직 우두머리 김강헌(김명민)의 아들을 죽게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송판호의 아들 호영(김도훈)은 한적한 길을 운전하던 중 천식과 갑자기 내리쬐는 강한 햇빛 때문에 중앙선을 침범하는데, 하필 맞은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김강헌의 아들 상현(신예찬)과 충돌한다.
갑자기 벌어진 사고에 두려움에 빠진 송호영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송판호는 강직한 판사답게 아들을 데리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시키려 하는데, 우연히 본 TV 뉴스에서 숨진 청년이 김강헌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발걸음을 돌린다.
김강헌은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폭력조직의 수장으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송판호는 아들이 정당한 법적 처벌이 아니라 피의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을 예감하고 모든 일을 묻어버리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송판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증거 인멸이라는 첫 악행을 저지른다. 아들이 몰았던 낡은 자동차를 도난당한 것처럼 꾸며달라고 국회의원인 친구 정이화에게 부탁하고, 사고 직후 차를 수리했던 정비소에 가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몰래 지워버린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새로운 증인과 증거가 나타나고, 엉뚱한 사람이 용의자로 몰리자 의문의 화재가 벌어져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송판호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에 좌절하면서도 상황을 모면하려 더 큰 악행을 저지르고, 결국 손에 직접 피를 묻히게 된다.
4회까지 방영된 ‘유어 아너’의 시청률은 1회 1.7%로 출발해 회차를 거듭할수록 2.8%, 3.4%, 3.7%로 매회 오르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선정한 TV-OTT 통합 주간 화제성 순위 4위에 올랐다.
‘유어 아너’는 동일한 뜻을 가진 제목(‘Kvodo’)의 이스라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드라마 ‘아이리스2′(2012), ‘프로듀사'(2015)의 표민수 감독이 크리에이터를 맡고, 드라마 ‘종이달'(2023), ’60일, 지정생존자'(2019)의 유종선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드라마는 법치주의를 지키는 판사의 아들이 무법자나 다름없는 범죄조직 수괴의 아들을 죽게 만드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두려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주인공 송판호의 행동이나 아들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려는 김강헌의 심정에 모두 납득할 만한 부분이 있어 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대립하는 두 인물로 출연한 배우 손현주와 김명민의 빼어난 연기력이 볼거리다.
손현주는 대사 없는 장면에서도 얼굴의 떨림이나 멈칫하는 몸짓, 뒷걸음질 등으로 송판호의 두려움과 낭패감, 죄책감, 당혹감을 실감 나게 연기해 감탄을 자아낸다. 김명민은 폭력조직 두목의 위압적인 모습과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는 감정 양쪽 모두를 섬세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조연들도 대부분 좋은 연기를 선보여 ‘연기에 구멍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도훈은 실수로 끔찍한 사고를 낸 송호영 역할을, 허남준은 동생의 죽음에 분노하며 복수를 위해 날뛰는 김상혁 역을 맡았다. 장채림은 정의감 넘치는 강력팀장으로 변신했다.
비교적 점수를 낮게 주는 것으로 알려진 리뷰 사이트 왓챠피디아 이용자들도 이 작품에 상대적으로 높은 3.9점의 평점을 주면서 “연기 대결이 숨 막힌다”, “누가 연기 잘하는지 대결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절절한 부성애를 깔고 부딪히는 두 인물의 대결이 마치 손현주와 김명민이라는 배우들의 연기 대결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보는 맛이 쏠쏠하다”고 호평했다.
다만 여러 시청자가 지적한 단점은 작품 자체보다도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어 아너’는 여타 OTT 플랫폼에서 볼 수 없고 오로지 KT가 운영하는 인터넷TV(IPTV)와 KT 계열의 유료방송채널 ENA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시청자는 관련 영상이나 기사 댓글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하면서 “대체 어디서 볼 수 있나”, “OTT로 볼 수 없는 드라마가 있다니 충격적이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